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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가계빚 증가 속도 OECD 1위…기업·가계부채 4000조 돌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계빚이 가장 빨리 늘어나고 있는 나라로 꼽혔다. 경제 규모에 견줘서다. 가계부채에 기업부채까지 더한 민간부채 규모는 지난해 처음 4000조원을 넘어섰다.

14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제결제은행(BIS) 통계를 토대로 산출ㆍ비교한 결과다. 추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1.1%를 기록했다. BIS에 민간부채 통계를 제출하는 OECD 31개 회원국의 평균 부채 비율(68.1%)을 크게 웃돌았다.

사진은 지난 1월 서울 시내에 위치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스1

사진은 지난 1월 서울 시내에 위치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스1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9년 말 95.2% 대비 5.9%포인트 상승하며 지난해 처음 100%를 돌파했다. 가계ㆍ기업ㆍ정부가 한 해 번 돈(GDP) 전부를 끌어모아도 다 갚을 수 없을 만큼 가계빚이 불어났다는 의미다.

규모도 규모지만 증가하는 속도가 더 문제다. 최근 약 5년 사이(2015년말 대비 지난해 3분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8%포인트 치솟았다. OECD 31개 회원국 가운데 단연 1위다. 2위 노르웨이(17.1%포인트), 3위 프랑스(11.2%포인트), 4위 캐나다(10.7%) 등을 제쳤다. 다른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이 기간 미국은 0.9%포인트, 독일은 4%포인트, 일본은 7.2%포인트 상승에 그쳤다.

덕분에 2015년 9위였던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7위로 올라섰다. 한국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는 스위스(131%), 호주(122.6%), 노르웨이(112.8%), 덴마크(112.3%), 캐나다(110.4%), 네덜란드(104%) 등 손에 꼽는다.

한국은 이들 선진국과 상황이 크게 다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0~70% 수준에 불과한 데다 복지ㆍ고용 안전망도 상대적으로 부실하다. 부채 위기가 터졌을 때 닥칠 충격이 이들 선진국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얘기다.

가계부채 비율 국제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계부채 비율 국제 비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가계빚만 문제가 아니다. 기업 역시 ‘빚잔치’로 지난 한 해를 버텼다. BIS 통계를 기준으로 추 의원실이 집계한 결과 지난해 말 민간부채는 4135조9000억원을 찍었다. 가계부채(1998조3000억원)에 기업부채(2137조6000억원)를 더한 수치다.

민간부채는 1년 사이 352조7000억원 급증하며 지난해 처음 4000조원을 넘어섰다. 한은이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발표한 지난해 말 민간부채 액수(3879조6000억원)보다 많은 건 집계 기준이 달라서다. BIS는 한은이 신용(빚) 통계에 넣지 않는 소규모 개인사업자 대출, 민간 비영리단체 대출 등도 포괄한다.

2011년 1000조원을 돌파한 가계빚은 2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기업빚은 지난해 일찌감치 2000조를 넘어섰다. 나랏빚도 마찬가지다. 국가채무에 연금충당부채까지 더한 국가부채는 지난해 1985조3000억원으로 올라섰다.

가계ㆍ기업ㆍ정부 모두가 지난해 명목 GDP(1924조5000억원)를 웃도는 빚을 각각 떠안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다.

추 의원은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국가부채는 물론 민간부채까지 폭등했다”면서 “가계부채 급증의 주된 원인인 부동산 정책을 정상화하고 향후 금리 상승이 부실 위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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