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깊게, 보관은 오래 김치냉장고 똑똑해졌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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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납 김치 사건에 이어 기생충 알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김치냉장고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당초 생산업체들은 김치냉장고가 시장에 선보인 지 10년을 맞으면서 보급률이 60%를 넘어 큰 폭의 성장은 어렵다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출시 초기에 구입한 김치냉장고를 바꾸려는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그러나 김치냉장고 성수기를 맞이한 데다 김치를 직접 담가먹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공장을 24시간 가동하는 예상 밖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도.삼성.LG의 제품들이 모두 김치 맛을 최장 6개월간 유지해주는 기능을 갖추는 등 성능면에서 상향평준화를 이뤘다"며 "김치냉장고의 용도가 김치뿐 아니라 쌀.야채.육류.과일 등 다양한 식품을 저장하는 기능을 갖추면서 200리터 이상의 대용량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냉장고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은 위니아만도의 딤채는 "김치 본연의 맛을 가장 잘 유지해준다"는 부분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LG전자 디오스는 24일 만에 묵은 김치를 만들어주고 청국장 발효 기능을 추가한 점이 특징이다. 용량 대비 가격이 경쟁제품보다 저렴한 편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삼성 하우젠 다고내는 고급스러운 외관과 다양한 기능이 장점이다. 유산균 요구르트와 발아현미를 직접 만들고 저장할 수 있는 '웰빙식품 제조실'을 별도로 둔 점이 눈길을 끈다.

딤 채 10년 노하우 … '플러스 익힘' 차별화

◆위니아만도 딤채=업계 최초로 김치유산균 유전자 분석을 통해 숙성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뉴 발효과학 딤채'가 새 모델 80가지를 내놓았다. 김치의 맛과 영양을 결정하는 대표적인 김치유산균 15종의 유전자를 분석해 유산균 종류별로 생장을 억제하거나 촉진하는 제어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특히 김장김치 맛과 영양의 핵심인 류코노스톡 시트리움 유산균을 활성화하는 첨단 발효과학 시스템을 적용했다. 김치를 사먹는 가정이 늘어남에 따라 구입김치 보관기능을 전 모델로 확대 적용했다. 또 '플러스 익힘' 기능을 보강해 개인별 입맛이나 김치 종류별 추가 숙성 프로그램을 차별화했다.

네티즌 대상의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혼수용품으로 장만할 김치냉장고로 딤채를 꼽았을 만큼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위니아만도 김만석 차장은 "10년간 숙성 과정만을 연구한 전문회사의 제품인 만큼 아삭아삭하고 영양이 살아있는 김치를 가장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노하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자부했다.

그러나 경쟁사와는 달리 냉장실을 냉동실로 전환하는 기능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할인점에서 일주일치 이상의 식품을 한꺼번에 사다가 놓고 먹는 생활방식이 보편화하면서 냉동식품을 장기간 보관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전용 보관용기가 하우젠의 '타파웨어'나 디오스 '락앤락'에 비해 사용이 조금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다.

디오스 묵은 김치- 청국장 발효 기능 채택

◆LG전자 디오스=국내 최대용량인 297리터급 신제품을 선보였다. 아래 서랍은 김치 전용, 위칸은 냉동.냉장.김치보관으로 바꿔쓸 수 있다. 영하 25도를 유지하는 특강 냉동칸, 영하 5도의 살얼음 싱싱 냉동칸, 겨울철 땅속 온도를 유지하는 김치 저장칸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입맛에 따라 익히는 정도를 5단계로 선택하거나 28일이면 3년 된 묵은 김치를 만들어 주는 기능 등도 눈에 띈다. LG전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국제공인을 받은 나노항균 시스템과 최장 6개월간 김치맛을 유지해 주는 맛 지킴 기능 등은 디오스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냉장고와 에어컨 등에 사용되는 '리니어 컴프레서'를 김치냉장고에도 적용해 소비전력과 소음을 세계 최저수준으로 낮췄다. 이 밖에도 최근 웰빙 열풍으로 음식점에서 많이 팔리는 묵은 김치와 청국장을 집에서 만들어 먹고 보관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다. 상온에서 최소 1년이 걸리는 묵은 김치를 최소 24일 만에 만들어주며 삶은 콩을 넣고 35~42시간이면 청국장도 띄울 수 있다.

LG전자 냉장고사업부 박찬수 사업부장은 "김치냉장고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대용량과 디자인 고급화 추세를 타고 있다"며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앞선 기술로 제품에 빨리 적용해 최후의 승자로 남겠다"고 말했다.

다고내 독립 냉각…웰빙식품 제조실 눈길

◆삼성전자 하우젠 다고내=얼지 않고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디지털 맛 관리기술'을 적용한 76종의 신제품을 내놨다. 실소비자들의 사용 패턴을 분석해 온도와 습도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해 준다는 것이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특히 3개 저장실을 각각의 보관 식품에 맞는 온도로 유지하도록 '독립냉각 TDM(시차분할 멀티 냉장 사이클)' 방식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양쪽 냉동기능이 있어 냉동고로도 사용할 수 있다. 또 최근 웰빙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해 유산균 요구르트와 발아현미를 직접 만들고 저장할 수 있는 '웰빙식품 제조실'을 별도로 마련했다. 만든 후에는 바로 저장 모드로 전환되기 때문에 잠자기 전이나 외출시에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 수 있다. 햅쌀 저장실은 냄새와 쌀벌레 없이 처음 구입한 햅쌀의 맛과 윤기를 3~4개월 이상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삼성전자 시스템가전사업부 마케팅팀 권혁국 상무는 "점점 다양해지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김치 맛은 물론 다양한 식품보관, 건강, 사용자 편의성을 두루 갖춘 신개념 제품"이라며 "하우젠 서라운드 에어컨과 지펠에 도입해 큰 인기를 모았던 페이즐리 패턴을 적용, 한층 더 품격을 높여 고급 소비자의 시선을 붙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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