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비스페놀A 아기에게만 해롭다? "성인 뇌 기능까지 손상할 수도"

중앙일보

입력

비스페놀A의 화학구조식. 캔 제품 안쪽을 코팅하는 데도 비스페놀A가 사용된다.

비스페놀A의 화학구조식. 캔 제품 안쪽을 코팅하는 데도 비스페놀A가 사용된다.

아기들의 성장과 면역 체계 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비스페놀이 성인의 뇌 기능도 손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 연구팀은 최근 국제 저널인 '신호전달 생물학(Communication Bi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비스페놀A와 비스페놀S가 인간의 중요한 뇌 기능을 손상할 가능성 있어 대체물질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비스페놀은 식품 포장재나 플라스틱 식기, 음료수병, 장난감, 치아 충전재, 아기 인형 등 플라스틱 제품 제조 때 가소제로 첨가된다.

비스페놀 A(PBA)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800만톤이 생산·사용되고 있으며, 플라스틱이 분해되면서 연간 100톤가량 자연계에 방출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BPA는 지표수는 물론 모유에 이르기까지 자연계 곳곳에서 존재하며, 척추동물의 호르몬 균형을 파괴하고 번식·발달에 해로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스페놀 S(BPS)는 BPA를 대신 사용되고 있으나, BPA보다 약 100배 정도 물에 잘 녹아 수생생태계에서 흔히 검출된다.
이 역시 물고기 실험에서 발달 기형, 장애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플라스틱에서 나온 비스페놀A(BPA)와 비스페놀S(BPS)가 물고기는 물론 사람의 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픽. [자료: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

플라스틱에서 나온 비스페놀A(BPA)와 비스페놀S(BPS)가 물고기는 물론 사람의 뇌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그래픽. [자료: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

연구팀은 금붕어를 한 달 동안 BPA와 BPS를 첨가한 물에서 살도록 한 다음, 뇌 신경세포인 마우스너(Mauthner) 세포를 통해 전달되는 화학적·전기적 신호를 측정했다.

금붕어 수조에 넣은 BPA와 BPS 농도는 실제 다양한 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수준에 맞춰 L당 10㎍~1㎎을 넣었다.

마우스너 세포는 어류·양서류에서 발견되는 매우 큰 신경세포로, 이들은 포식자를 피하는 등 생존에 중요한 빠른 반응에 특화된 세포로 알려져 있다.
이 세포는 모든 감각 자극을 통합, 정확하게 조정·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BPA와 BPS가 물고기의 신경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L당 10㎍의 BPA나 BPS에 노출된 경우도 생체 내 활동 전위의 초기 기울기가 많이 감소, 활동 잠재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신호 전달이 지연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비스페놀은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중앙포토

비스페놀은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중앙포토

또, 음향 자극이나 시각적 자극을 처리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금붕어를 1시간 이내 짧은 시간 동안 BPA와 BPS에 노출한 경우는 신경전달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금붕어 실험 결과로 봐서 성인 인간의 뇌에서도 유사한 간섭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BPA와 BPS가 사람의 중요한 뇌 기능을 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을 포함해 일부 국가에서는 젖병 같은 유아용 제품에 대해 BPA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성인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아예 BPA나 BPS를 대체할 물질을 서둘러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지적이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된 대체 물질의 안전성을 테스트할 때 (금붕어를 활용한) 실험 방법을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