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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노린 포석?…금융지주 "허가내주면 인터넷은행 설립"

중앙일보

입력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금융 등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독자적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허가 방침이 확인되면, 지분투자가 아닌 자회사로 인터넷은행을 직접 만들어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과 경쟁하겠다는 취지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금융당국의 허가를 전제로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셔터스톡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금융당국의 허가를 전제로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셔터스톡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금융 등 국내 4개 금융지주사들은 독자적 인터넷은행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기존 금융지주에 인터넷은행 허가를 추가로 해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도 지난해 말부터 금융지주사와 인터넷은행 설립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수요조사에서도 상당수 지주사가 인터넷은행 설립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 설립에 적극적인 금융지주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빠르면 이달 중 수요조사 결과를 금융위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5대 금융지주 중 NH농협금융지주만 자체 인터넷은행 설립에 유일하게 유보적인 입장이다.

줄어든 창구 영업, 늘어난 인터넷 뱅킹 영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줄어든 창구 영업, 늘어난 인터넷 뱅킹 영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융지주가 독자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이는 건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이 급격히 이뤄지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며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에는 더욱 속도가 붙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인터넷뱅킹 이용 건수는 하루 평균 1333만건으로 2019년(1191만건)보다 11.9% 늘었다. 특히 인터넷뱅킹으로 신청한 대출 액수는 하루 평균 4842억원으로 2019년(1925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각 은행들도 비대면 신용대출에 이어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성장 속도도 빨라졌다. 카카오뱅크의 수신 잔액은 10조8116억원(2018년)→20조7119억(2019년)→23조5393억(2020년) 등 매년 빠르게 늘고 있다. 케이뱅크의 수신 잔액도 최근 10조원을 돌파했다.

인터넷뱅크의 직원 1인당 생산성도 기존 은행을 추월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직원 1인당 이익은 2억3400만원으로 2019년(8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이상 늘었다. 주요 시중은행 중에는 하나은행(2억5000만원)만 카카오뱅크보다 생산성이 높았다. 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 등의 생산성은 몇 년 째 제자리걸음이다.

은행 점포건수 및 인터넷 뱅킹 이용 건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은행 점포건수 및 인터넷 뱅킹 이용 건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기존 은행의 조직구조로는 네이버ㆍ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공세에 빠르게 대응하기 힘들다는 판단도 있다.

삼정 KPMG는 ‘은행 산업에 펼쳐지는 디지털 혁명과 금융 패권의 미래’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의 디지털 조직 전환 시도는) 보수적인 금융사 문화 및 IT 계열사와의 관계 등과 상충하며 국내 성공사례를 찾기 어렵다”며 “내부 혁신만을 고집하기보다 이스라엘 르미은행의 페퍼 사례처럼 독립기업이나 분사, 인수합병, 디지털 자회사 설립 등 다양한 혁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최대 은행인 르미은행은 2017년 6월 독립된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되는 모바일 전용 뱅킹 플랫폼인 페퍼를 출시했다. 페퍼는 빠른 의사결정과 MZ세대(밀레니얼ㆍZ세대)를 겨냥한 애플리케이션(앱) 디자인 등으로 르미의 오프라인 지점 전체보다 더 많은 일일 신규계좌 개설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앱은 예금과 신용대출 등으로 간단한 구성으로 이뤄진 데 비해 기존 은행의 앱은 다양한 은행의 기능을 담다 보니 사용이 직관적이지 않은 한계가 있다"며 “향후 중요 고객이 될 MZ세대를 겨냥한 별도의 인터넷은행 설립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인터넷 뱅크 생산성.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높아지는 인터넷 뱅크 생산성.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진행되는 금융산업 경쟁도 평가 결과를 토대로 인터넷뱅크를 추가 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인터넷 은행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인·허가수와 일정 등을 제시하게 된다. 금융위는 지난 2018~19년 진행된 경쟁도 평가를 거쳐 토스뱅크에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줬다.

다만 금융지주의 인터넷은행 설립에는 난관도 적지 않다. 은행마다 이미 자사 모바일 앱을 중심으로 각종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탄생하면 제 살 깎기 경쟁이 될 수 있다. 노조 등 기존 조직원의 반발도 변수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각 금융지주별로 (인터넷은행) 설립 의사는 밝혔지만, 별도의 준비를 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노조 등 기존 조직의 반발 등 넘어야 할 벽이 많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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