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차유행 시작, 심각하다"면서 방역조치 그대로 놔둔 정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비대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4.9/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비대면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4.9/뉴스1

“지금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4차 유행에 진입하는 초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유행을 초기에 차단해야 한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9일 브리핑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이어 “(앞으로)1~2주만에 더블링(확진자가 2배로 뛰는 것)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3차 유행과 비교해 3배 이상 긴 정체기와 4배 이상의 환자 규모를 고려할 때, 3차 유행보다 더 큰 유행 가능성이 있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는 방역 조치는 현상 유지를 택했다. 앞으로 3주간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그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당초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수도권의 식당ㆍ카페 등의 실내 영업제한 시간을 현재 밤 10시에서 밤 9시로 당길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중대본 논의 과정에서 자영업자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반영되지 않았다.

 당국은 확진자 증가 추세가 하루 평균 600~700대가 계속되면 다음주 중에라도 수도권 밤 9시 영업제한 조치 또는 수도권 2.5단계 격상을 논의할 계획이다. 수도권과 부산 등 2단계 지역의 유흥시설에 집합금지 조치를 내렸다. 유흥주점업(룸살롱, 클럽, 나이트 등), 단란주점, 헌팅포차ㆍ감성주점, 콜라텍(무도장 포함), 홀덤펍 등이다. 다만 방역수칙 준수 등 유흥시설의 자율 노력 상황에 따라 지자체별로 집합금지를 22시 운영시간 제한으로 대체해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수도권에 의사ㆍ약사에게 코로나19 검사를 권고받은 경우 48시간 내 검사를 받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리고, 비수도권에는 임시선별검사소 설치해 선제검사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 두기 주요 조치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사회적 거리 두기 주요 조치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정부는 코로나19 4차 유행이 시작됐으며,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하면서도 방역조치의 고삐는 죄지 않았다. 방역만 놓고본다면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해야 할 때지만, 격상시 타격을 입을 자영업자 등의 피해를 고려한 것이다. 이에 대해 권 1차장은 “(단계를 격상해)일률적으로 규제에 따랐을 때 그간 방역수칙을 잘 준수했던 업종에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고, 전반적으로 단계 상향조정 했을 때 파급력이 굉장히 크다”라고 설명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현재 다중이용시설의 (감염) 증가 추세는 분명하지만 소규모 접촉 감염이 계속 우세하다. 이런 역학적 특성을 볼 때 (단계 격상으로) 광범위한 다중이용시설들의 집합금지나 운영규제로 확산을 차단하는 효과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일률적인 집합금지로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9일 서울 중구 명동 식당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는 9일 기존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2, 수도권 이외 지역 1.5단계)와 5인 이상 모임금지는 유지하되, 방역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마련해 앞으로 3주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유흥시설은 집합금지, 카페, 식당, 노래방 등 영업시간은 현행대로 유지된다.뉴스1

9일 서울 중구 명동 식당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는 9일 기존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2, 수도권 이외 지역 1.5단계)와 5인 이상 모임금지는 유지하되, 방역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마련해 앞으로 3주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유흥시설은 집합금지, 카페, 식당, 노래방 등 영업시간은 현행대로 유지된다.뉴스1

 정부가 확진자 급증에도 단계 격상 카드를 내놓지 않았던건 확진자를 치료할 병상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권 1차장은 “일일 1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규모의 병상을 확보했다”라며 “현재 가용병상 기준 생활치료센터는 매일 800명, 감염병 전담병원의 경우에는 1600명,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의 경우에는 1400여 명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감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국은 앞으로 하루 2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대응할 수 있을만큼 병상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또 3차 유행 당시 확진자와 사망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요양병원ㆍ요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대부분 이뤄졌고, 직원 선제검사 등으로 집단감염과 사망자가 확 줄어들었다는 점도 현상 유지를 택하게 된 배경으로 작용했다. 배경택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상황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의 확진자 숫자가 많이 줄었다”면서 시설의 방역지침 준수, 선제검사, 백신 접종을 그 이유로 들었다. 특히 백신 접종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배 반장은 “2월26일 예방접종을 실시했는데, 그 이전인 2월14일 전체 확진자 중 27%가 요양병원ㆍ시설 확진자였다. (접종 이후인) 지난 4일 기준 이 수치가 1.3%로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방역조치를 강화하면 단기적으로 경제적 손실이 크겠지만 3차 유행보다 4차유행 길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이대로두면 장기적으로 손해가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변이 바이러스 감염 증가, 감염 경로 모르는 깜깜이 환자 비율 증가, 수도권 외 전국 산발적 유행, 저조한 백신 접종률 등 겨울이 아니라는 점 외에는 3차 유행때와 비교하면 방역적으로 유리한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서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정부가 단기적인 피해를 너무 크게 생각해서, 장기적 손해를 감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결국 지금 3주간 (현행) 유지한단 얘기는 확진자 증가를 어느 정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더 큰 손해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려면 손실보상안이 같이 나와야 한다. 논의는 많이 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정해진 게 없다보니 단계 격상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라며 “(현상 유지하면)효과가 아예 없진 않겠지만 환자를 충분히, 빠르게 줄이는데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 이동량이 계속 늘고 있고 최근 확진자들 보면 유행 초기처럼 증상이 있는데 열흘씩 출근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검사를 확 늘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가 최근 비수도권과 수도권의 유행 양상이 같이 움직이고 2주 전 부터 지방 감염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걸 간과하고 있다. 다중이용시설을 푼 뒤부터로 추정된다”라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변이 감염자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데, 증상이 하나도 없어서 빙산의 일각을 찾아내는 수준으로 보인다. 이 대로는 600~700명에서 금세 1000~1500명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영업자들 많이 힘들지만 국민 전체 감염 확산 위험이 있다면 책임도 분명이 지워야 한다. 방역수칙 위반시 강력한 제재 들어가야하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하다. 이 상태로 둔다면 손 놓은 거나 마찬가지라고 본다”라고 우려했다.
이에스더ㆍ황수연 기자 etoi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