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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하5 '둥펑'에 놀란 美···기술유출 막게 中슈퍼컴 무더기 제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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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20년 8월 29일 중국 장쑤성 우시에 국립 슈퍼컴퓨터센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슈퍼컴퓨터 연구소와 반도체 기업 등 7곳을 수출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AP=연합]

2020년 8월 29일 중국 장쑤성 우시에 국립 슈퍼컴퓨터센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슈퍼컴퓨터 연구소와 반도체 기업 등 7곳을 수출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AP=연합]

미 정부가 8일(현지시간) 중국 인민해방군을 돕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과 기관들을 수출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중국이 미국 기술을 획득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 첫번째 조치다.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미 업체 기술 동원” #‘게임체인저’ 극초음속미사일 개발 겨냥 #中 “모기 무는 것 불과…발전 못 막아”

제재 리스트에는 중국 국가 슈퍼컴퓨터 센터 4곳과 3개 업체가 포함됐다. 앞으로 미국 기업들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는 이들 기업에 기술을 수출할 수 없다. 지나 레이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이들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동원되는 슈퍼컴퓨터와 관련이 있다”며 “중국이 군사 현대화를 위해 미국의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8일(현지시간) 중국의 군사적 현대화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으로 관련 7개 기업과 기관을 수출 제한 대상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쳐]

미 상무부는 8일(현지시간) 중국의 군사적 현대화와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대한 대응으로 관련 7개 기업과 기관을 수출 제한 대상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트위터 캡쳐]

제재 대상은 톈진 피튬 정보 기술(Tianjin Phytium Information Technology)과 상하이 고성능 집적회로 설계센터(Shanghai High-Performance Integrated Circuit Design Center), 선웨이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unway Microelectronics) 등 반도체 기업과 지난(濟南)ㆍ선전ㆍ우시ㆍ정저우 등 4곳에 있는 국가 슈퍼컴퓨터 센터다.

바이든 행정부가 슈퍼컴퓨터 관련 기업을 우선 제재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피튬 정보 기술은 미국 기술을 사용해 반도체를 설계해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사용되는 슈퍼컴퓨터에 공급하고 있다. 미 반도체 설계 회사인 케이던스 디자인(Cadence Design Systems)와 시놉시스(Synopsys)의 기술을 가져와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서 칩을 제조했고 이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열과 속도, 궤적을 모델링 하기 위한 슈퍼컴퓨터에 사용됐다는 것이다.

중국이 2019년 10월 1일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둥펑(DF)-17. 음속의 10배를 낼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이 2019년 10월 1일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둥펑(DF)-17. 음속의 10배를 낼 수 있는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다. [중국 환구망 캡처]

미 제재의 타깃이 된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대전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무기다. 대기권에서 음속의 5배, 마하 5(시속 6120㎞) 이상으로 날아가는데, 이를 요격ㆍ방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현재까지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2019년 10월 국경절 열병식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인 ‘둥펑(東風ㆍDF) 17’을 처음 공개했다. 이어 1년 뒤인 지난해 10월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대만과 마주 보고 있는 푸젠(福建)성에 DF-17을 배치했다고 전했다. 사거리는 2500km로 미국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를 비롯, 동북아시아까지 사정권이다.  마크루이스 미 국방산업협회 기술연구소 대표는 “중국은 태평양에 있는 해군 함정과 공군기지를 겨냥할 수 있다”며 “기존 순항미사일은 목표물에 도달하는 데 한두 시간이 걸리지만, 극초음속 미사일은 몇 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제재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이번 조치에서도 ‘해외직접생산규정(foreign direct product rule)’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규정은 글로벌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중국 등 제재 기업에 공급할 목적으로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사용할 경우 관계 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동맹 강화를 통해 대만 반도체업체인 TSMC까지 미 당국의 승인 대상에 들어가야 중국이 TSMC로부터 칩 주문 생산품을 받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하원 외교위 마이클 맥콜(Michael McCaul) 공화당 의원도 “피튬 등을 제재 목록에 올린 것은 환영하지만 이는 반쪽짜리 조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환구망(環球網) 등 중국 매체들은 “이런 제재로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모기가 무는 것에 불과하며 자체 연구 개발에 동기만 부여할 뿐”이라고 반발했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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