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AZ백신 대혼란, 770만명 대안이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부가 2분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60세 미만 연령층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던 방역당국은 주말께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2분기 백신 접종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 11일 접종재개 발표 가능성 #해외처럼 60세 미만 접종 제한 땐 #군인·경찰 포함 130만 접종 미뤄져 #20~30대 교사들 접종 불안감 커져 #유럽의약품청 “접종 이점이 더 커” #일부선 “젊은 여성엔 선택권 줘야”

AZ 백신의 접종 재개 여부는 11일 발표된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8일 “주말 중 일부 보류된 AZ 백신 접종의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국내외 동향 및 이상반응 발생 현황 등을 면밀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본부장은 “백신 접종에 있어 안전성과 과학적 근거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예방적 차원에서 접종을 중단했던 만큼 각계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혈전·백신 전문가 자문회의, 예방접종전문위원회 논의를 거쳐 공식 입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사실상 접종 재개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질병청이 여러 전문가와 유럽의약품청(EMA)의 결과를 검토하고 접종도 재개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당국은 지난 7일 EMA 조사 결과가 나오기 3시간 전쯤 AZ 백신 접종 일부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8~9일 접종 시작 예정이던 특수교육 종사자 및 유·초·중등 보건교사 등 14만2000명에 대한 AZ 백신 접종을 잠정 연기했다. 또 이미 접종 중이던 대상자 중에선 60세 미만에 해당하는 3만8000여 명에 대해 접종을 보류했다.

관련기사

정부가 접종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건 대체 가능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이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2분기에 백신을 맞을 1150만3400명 중 770만5400명이 AZ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다. 현재로선 이만한 인원이 접종할 다른 백신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AZ 백신 재개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앞서 EMA가 “백신과 희귀 혈전 간 연관성은 있지만 백신 접종을 통한 이점이 부작용 위험보다 크다”고 발표한 것이 명분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유행 상황과 백신 수급 등을 고려해 접종의 위험과 이익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재훈 가천대 길병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전체로 보면 접종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일부 집단은 대체할 백신이 있는데도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는지 분석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접종 재개엔 동의하지만 젊은층 접종에 대해선 우려의 시각을 나타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65세 이상 고령층은 명확히 접종의 이득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낮은 젊은층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Z 대체할 백신 부족 … 1차 접종자들 2차 접종은 어쩌나

김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도 “젊은층, 특히 여성에게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영국은 30세 미만에게는 다른 백신을 접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영국 정부가 AZ 백신 접종으로 얻는 이득과 접종 시 생길 수 있는 심각한 부작용의 위험도를 따졌더니 20대에게선 이득이 0.8이었고, 위험은 1.1이었다. 20대는 AZ 백신 접종으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는 뜻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접종으로 얻는 이득이 위험보다 커진다. 60대의 경우 이득은 14.1, 위험은 0.2였다.

영국과 캐나다, 독일처럼 연령을 제한해 접종을 재개할 경우 백신 접종 일정이 줄줄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만약 60세 미만 접종을 제한하게 되면 당장 2분기 접종 계획부터 차질이 생긴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많은 ▶항공승무원 2만7000명 ▶의료기관 및 약국 종사자 38만5000명 ▶64세 이하 만성신장질환자 9만2000명 ▶경찰·해경·소방·군인 등 사회필수인력 80만2000명 등에 대한 접종이 미뤄진다. 이에 더해 1분기 AZ 백신을 접종한 60세 미만 60만 명도 5월에 2차 접종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결정이 나도 한동안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윤 교수는 “정부는 최선을 다해 설명하겠지만 AZ 백신을 맞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도 “고민이 많다, 4차 유행이 현실화된다고 할 만큼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찜찜해 하는 대상자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문제”라고 말했다.

교사들의 백신 접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교사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 접종 대상 교직원의 접종 동의율은 67.3%에 그쳤다. 이때는 AZ 백신의 혈전 부작용이 확인되기 전이었다. 그러므로 지금 다시 조사한다면 동의율이 더 낮아질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주로 20~30대 젊은 교사들이 접종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관계자도 “접종이 연기되면서 불안감이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교사들은 접종 후유증으로 동료 교사나 학생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하고 있다”며 “휴가 사용 계획이나 접종 일정과 관련해 교사에게 맡기지 말고 명확한 지침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고3 학생들의 화이자 백신 접종도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3월 말 들어온 100만 회분을 포함해 2분기 도입이 확정된 화이자 백신은 총 729만7000만 회분이다. 하지만 75세 이상 노인 등 2분기 화이자 접종 대상은 총 379만8000명으로 총 759만6000회분의 백신이 필요하다. 이들에 대한 접종을 마치기에도 물량이 모자란 상황이다.

황수연·이우림·남궁민 기자 ppangshu@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