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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에 끼인 한국, 외교정책 방향 명확히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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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위성락

위성락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는 8일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날 ‘바이든 시기 미·중 경쟁과 한국 외교’라는 주제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동반성장포럼에서다.

위성락, 동반성장 월례포럼서 발표

위 전 본부장은 이날 동반성장연구소 월례 포럼의 발표자로 나와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국 정책의 기조로 동맹 강화를 내세우면서 한국에 공동보조를 주문할 것이므로 미 외교 정책을 잘 따져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모호하고 원칙 없이 처신해왔다”며 “상황에 따라 대처하고 민감한 사안을 회피하려다 보니 미·중이 한국을 앞다퉈 견인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중 경쟁 상황에서 한국이 명확한 외교적 태도를 설정해야 북핵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대결이라는 큰 구도에서 미국에 호감을 줘야 작은 구도인 남북 관계에서 미국을 설득할 공간이 나온다”며 “이를 회피하고 북한에 대한 유연한 대응만 요구하면 미국 입장에선 한국이 미국의 주 관심사를 외면하고 요구만 하는 셈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위 전 본부장은 “시계로 비유했을 때 미국이 한국을 3시 방향으로, 중국이 9시 방향으로 당기려 한다면 우리는 미국에 가까운 1시나 1시 반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을 견인하려고 하는 이때 좌표 없이 움직이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포럼을 주최한 동반성장연구소의 정운찬 이사장은 “코로나19보다 엄중한 문제가 동북아 정세가 아닌가 한다”며 “한·일 관계를 비롯한 대외 관계가 교착된 상황에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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