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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10배의 유혹, CFD에 수퍼개미 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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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미국 월가의 한국계 펀드매니저 빌 황(황성국)이 수조원의 손실을 본 아케코스 스캔들은 장외파생상품인 차액결제거래(CFD)가 도화선의 하나로 작용했다. 투자자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계좌 수 1년새 1만 개 넘게 늘고 #잔액은 3조 가까이 늘어 4조원 #주가급락 땐 증권사가 반대매매

6일 금융감독원과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CFD 계좌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4조380억원이었다. 1년 전(1조1385억원)보다 2조9000억원가량 불어났다. CFD 계좌 수는 지난 2월 말 1만4883개로 1년 전(4236개)보다 1만 개 이상 증가했다.

CFD잔액계좌수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CFD잔액계좌수추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CFD는 고위험 상품이라서 전문 투자자로 등록해야 이용할 수 있다. CFD 투자자 수는 2019년 576명에서 지난해 2083명으로 증가했다. 한 사람이 여러 증권사에서 CFD 계좌를 보유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CFD 계좌는 법인도 이용할 수 있지만 개인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CFD의 거래대금에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97.2%였다.

CFD 계좌에선 레버리지(지렛대)를 활용해 증거금의 최고 10배까지 주식을 살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 1만 주를 현금으로 사려면 8억6000만원(6일 종가 기준)이 필요하지만 CFD 투자자는 8600만원만 증거금으로 맡겨도 된다. 만일 주가가 10% 내리면 투자금 전액을 날릴 수 있다. 반면 주가가 10% 오르면 투자자는 100%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증권사들은 투자 종목에 따라 10~40%의 증거금을 요구한다.

그동안 교보증권·키움증권·신한금융투자·유진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DB금융투자 등 일곱 개 증권사가 CFD를 취급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1일 CFD 서비스를 내놨다. 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도 올해 안에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FD는 레버리지가 최대 10배로 신용융자 거래(2배)보다 (레버리지 배율이) 크다”고 말했다. 만일 주가가 급락하면 증권사는 투자자가 산 주식을 반대매매로 정리한다. 황 연구위원은 “이런 반대매매가 주가 하락 폭을 더 키우는 악순환이 생길 위험도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CFD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CFD 시장이 커지면서 시장 변동성 확대 등 문제점과 투자자 보호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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