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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네가 차” 양보 받은 황의조 시즌 10호 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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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0호 골을 넣고 동료 공격수 아템 벤 아르파의 축하를 받는 황의조(오른쪽). [AFP=연합뉴스]

10호 골을 넣고 동료 공격수 아템 벤 아르파의 축하를 받는 황의조(오른쪽). [AFP=연합뉴스]

프랑스 프로축구 지롱댕 보르도 황의조(29)가 유럽 무대에서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달성했다.

프랑스리그 3경기 연속골 #올해 골 결정력 PSG 음바페 수준 #2골 추가하면 박주영 기록 동률

황의조는 4일(한국시각) 프랑스 보르도의 누보 스타드 드 보르도에서 열린 2020~21시즌 프랑스 리그앙(1부) 31라운드 홈경기 스트라스부르전에서 1-3으로 뒤진 전반 46분 만회골을 터뜨렸다. 로랑 코시엘니가 스트라스부르 수비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얻어내자, 황의조가 키커로 나섰다. 골키퍼와 마주 선 황의조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몇 초간 봤다. 심호흡한 뒤 오른발로 낮게 깔아 차 왼쪽 골망을 흔들었다.

최근 3경기 연속골(4골)이자, 시즌 10호 골(2도움)을 기록한 황의조는 팀 내 득점 1위다. 2019년 7월 감바 오사카(일본)에서 보르도로 이적하며 ‘시즌 10골’을 목표로 세웠는데, 두 시즌 만에 이뤘다. 데뷔 시즌인 지난 시즌엔 6골·2도움을 기록했다. 투톱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황의조는 이날 79분을 뛰고 세쿠 마라와 교체됐다. 보르도는 아쉽게 2-3으로 졌다. 승점 36으로 리그 14위다. 강등권인 19위 낭트(승점 28)와 승점 차가 8이라서 잔류를 장담하기에는 이르다. 이제 7경기(총 38라운드) 남았다.

황의조는 메신저를 통한 인터뷰에서 “페널티킥을 차기 전 하늘을 보며 ‘꼭 넣어야 한다’고 수차례 되뇌었다. 한국에서 잠 설쳐가며 응원해준 팬들 덕분에 (10호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골을 넣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지만, 팀이 이기지 못해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황의조의 팀 내 위상은 기록 외적인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황의조는 원래 페널티킥 키커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차려 하자, 동료들이 양보했다. 골 결정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현역 시절 제니트(러시아)에서 뛴 현영민 JTBC 해설위원은 “유럽 공격수는 골 찬스 앞에선 이기적인 편이다. 대개 득점 수당이 있어서 욕심을 낸다. 처음 입단한 외국 선수에게 패스도 잘 안 주는 유럽에서 황의조가 페널티킥을 양보받은 건 실력으로 동료와 감독 신임을 얻었다는 뜻이다. 두 시즌 만에 팀 내 입지를 완벽히 다졌다고 봐야 한다”고 풀이했다.

황의조는 꿈꿔왔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의 발판도 마련했다. 유럽 스카우트 사이에서 “프랑스 리그에서 15골 넣는 공격수는 톱 리그 팀의 영입 1순위”라는 말이 있다. 무엇보다 최근 골 결정력만 따지면 리그 최고 수준이다. 프랑스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스태츠푸트에 따르면 황의조는 킬리앙 음바페(파리 생제르맹) 등과 나란히 2021년 들어와 리그앙에서 가장 많은 골(8골)을 터뜨린 선수다.

황의조는 남은 7경기에서 한국 선수 프랑스 리그 최다골에 도전한다. 박주영이 2010~11시즌(당시 AS모나코) 세운 12골(33경기)이 현 기록이다. 2골이면 타이, 3골이면 신기록이다. 황의조는 “남은 경기에서 최대한 많은 골을 넣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황의조의 동갑내기 단짝 손흥민(29·토트넘)은 부상을 털고 3주 만에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손흥민은 같은 시각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뉴캐슬전에 후반 교체 투입돼 45분을 소화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15일 아스널전에서 햄스트링을 다쳤다. 공격 포인트는 없었다. 토트넘은 2-2로 비겼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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