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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이재용과 같은 종교 이유로 검찰 수사심의위 배제는 차별" 규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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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에 대한 수사ㆍ기소의 적절성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한 심의위원이 특정 종교 교도라는 이유로 표결 과정에서 배제된 사실에 대해 원불교가 검찰과 수사심의위원회에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원불교는 5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규탄 성명서를 통해“해당 심의위원이 원불교 교도라는 이유만으로 검사의 기피 신청을 받아들여 위원회 심의에 참석하지 못하게 했다”며 “수사심의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은 심히 부당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불교는 5일 대검찰청에 수사심의위원회 기피 사유를 묻는 질의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원불교는 5일 대검찰청에 수사심의위원회 기피 사유를 묻는 질의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

이어서 원불교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이 같은 결정이 기피 신청에 규정한 운영 지침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과연 심의위원회가 건전한 양식이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하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원불교 측은 “당일 기피 신청된 현안 위원은 심의 대상인 이 부회장과 친분이나 어떤 이해관계도 없다”며 “그렇다면 해당 위원이 심의 공정성을 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서 원불교는 “가령 심의 대상자가 비교적 종교 인구가 많은 개신교나 가톨릭 신자라면 수사심의위원회 위원들은 개신교나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 중에서만 선정해야만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이 결정은 당해 위원의 종교인 원불교에 대한 차별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검찰의 수사심의위원회 구성에 있어 종교적 신분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아울러 원불교는 기피 신청에 대한 절차 진행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원불교는 “최소한 당해 위원에게 기피 신청 사유를 설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위원에게는 기피 신청 심의 의결 전은 물론이고 심의 의결 이후에조차 기피 이유에 대하여 원불교 교도이기 때문이라는 간단한 통보만 하였다. 이렇게 하면 누가 수사심의위원으로 자존감을 갖고 일할 수 있겠는가?”라며 “대검찰청의 위상과 권위에 전혀 맞지 않는 이 같은 결례가 반복되는 한, 서로 존중하고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원불교는 이날 대검찰청에 당시 수사심의위원회에서 현안 위원이 기피된 사유 등을 묻는 질의서를 제출했다. 당시 수사심의위원회에서는 위원 중 1명이 원불교도라는 이유로 기피가 결정돼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수사심의위원 14명만이 표결에 참여했고, 이 부회장의 프로포폴 투약 의혹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검찰 수사팀에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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