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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순익 18% 증가…상장사 성적 ‘불편한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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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매출액은 1년 전보다 줄었지만, 순이익은 20%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마른 수건 쥐어짜기’식 긴축을 통해 수익성을 높인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나머지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장사 597곳 작년 분석 #매출 전년보다 줄어도 영업익 늘어 #원가절감·긴축 쥐어짠 불황형 흑자 #삼성전자 빼면 영업익 -6%로 반전

4일 한국거래소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597곳의 실적(연결 기준)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매출액은 1961조763억원으로 1년 전보다 3.7%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늘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2% 증가한 107조4072억원, 세금 등 각종 비용을 뺀 순이익은 18.2% 늘어난 63조4533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률은 2019년 2.64%에서 지난해 3.24%로 0.6%포인트 높아졌다.

2020년 코스피 상장사 실적.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2020년 코스피 상장사 실적.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지만 코로나19로 외형은 쪼그라든 데 반해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원가 절감과 긴축 경영 등으로 이익만 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비용을 절감해 수익성은 다소 좋아졌지만, 매출은 정체된 ‘불황형 흑자’ 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착시’도 감안해야 한다. 코스피 상장사 전체 매출의 12.0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지난해 26조407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1년 전보다 21.5% 늘었다. 삼성전자를 뺀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매출(1724조2693억원)과 영업이익(71조4133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 6.4% 줄었다. 매출 감소 폭은 커지고, 영업이익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그나마 순이익(37조455억원)은 15.9% 늘었다.

2020년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상위 5개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20년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상위 5개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업종별로는 전체 17개 중 7개 업종의 순이익이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음식료품이다. 지난해 순이익은 1년 전보다 132.8% 급증했다. 코로나19로 외식 대신 집에서 식사하는 ‘집밥족’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의료정밀(120.2%)과 의약품(61.9%), 전기·전자(56.9%)의 순이익 증가 폭도 컸다. 반면 기계(-93.2%), 화학(-59.4%), 운수장비(-57.6%), 철강금속(-38.6%) 등은 순익이 급감했다.

2020년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하위 5개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2020년 코스피 상장사 순이익 하위 5개사.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손익계산 등이 일반 제조업과 달라 별도로 집계한 금융업에서는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증권과 보험업 순이익이 1년 전보다 각각 31%, 35% 늘어난 데 비해 은행업은 4.7% 줄어들었다. 코스닥 상장사는 매출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늘었다. 코스닥 상장사 1003곳의 지난해 매출액은 197조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2.1%, 4% 늘었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2.37%였다. 1년 전보다 0.01%포인트 높아졌다.

증권가에선 올해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크게 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들의 올해 영업이익은 185조원대로 추정된다. 지난해보다 70% 넘게 늘어난 수치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를 필두로 수출 기업이 실적을 이끌고, 코로나19로 부진했던 유통·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기업이 조금씩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업종별 실적 양극화는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항공·여행업은 이른 시일 내 나아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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