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논란 일자 월세 낮춰 재계약…野 "병 주고 약 주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통과 직전 임대료 9% 넘게 올려 논란이 됐던 본인 소유 아파트 임대료를 다시 낮춰 재계약했다. 박 의원 측 관계자는 4일 “어제(3일) 월세를 9%가량 낮추는 계약을 새로 맺었다”며 “여론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앞서 박 의원은 지난해 7월 3일 본인 소유의 서울 신당동 아파트(84.95㎡)를 신규 세입자에 보증금 1억원, 월세 185만원으로 세를 줬다. 직전 세입자에겐 보증금 3억원, 월세 100만원을 받았다. 당시 전·월세 전환율(4%) 기준 임대료 상승률은 9.17%였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해 통과시킨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상한선(5%)보다 훨씬 높아 ‘내로남불’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이날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 의원이 임대료를 낮춘 사실을 공개하며 “비판을 수용하고 해명보다는 실천으로 화답하는 모습. 역시 박주민답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이번 일로 다시 칼날 위를 걷는 마음으로 ‘민주당 정치인’의 길을 가리라 믿는다. 힘내라 박주민”이라고 적었다.

고개 바짝 숙였지만…해명 때마다 뭇매

박 의원은 지난달 31일 해당 사건이 알려진 직후 페이스북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잘했든 못했든 전부 제 탓”, “제가 임대료 책정에 소홀했다” 등 사과글 3개를 연이어 올렸다. 이튿날인 지난 1일엔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홍보 디지털본부장직도 내려놨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내로남불 끝판왕”(원희룡 제주지사), “오대수(오늘만 대충 수습하자)란 말이 떠오른다”(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그의 사과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세보다 월 20만원 정도만 낮게 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알게 됐다”는 박 의원의 해명에 대해 금태섭 전 의원은 “아무도 박 의원에게 시세보다 크게 낮은 금액에 계약을 체결했어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동문서답”이라고 비판했다. 친여(親與) 방송인 김어준 씨마저 “박 의원 본인이 임대차법 발의자이기 때문에 이 비난은 받을 수밖에 없다”(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고 밝혔다.

“신규계약이기에 주택임대차법상 전·월세 전환율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해명엔 본인이 과거 내뱉은 말과 어긋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는 지난해 6월 한 라디오에서 “저도 집을 갖고 임차를 주는데, 진짜 이해가 안 되는 게 많은 분이 임차인을 바꾸면서 차임을 확 높이는 그런 권리를 꼭 임대인이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덕적 기준이 달라서?

이미 임대차 3법을 둘러싼 논란은 4·7 재·보궐선거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상태다. 주택임대차법을 대표 발의한 박 의원은 물론, 지난해 7월 부동산 입법을 주도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까지 법 통과 직전 자신 소유 아파트 전세가를 14.1%나 올린 사실이 드러나서다.

박 의원은 이날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다. 다만 재계약 사실을 처음 밝힌 송 의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은 명백히 다르다”며 “국민들께서는 ‘박주민은 저 사람들과 완전히 다를 거야’라고 기대했고, 지금 그 기대가 허물어졌다고 여기기 때문에 더 화가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처

이에 야당에선 “잘못은 민주당이 해놓고 국민의힘 들먹거리는 못된 버릇이 또 나왔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박기녕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최근 월세를 인하해서 재계약했다며 병 주고 약 주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며 “결국 안 걸렸으면 모르는 척 지나갔을 일, 이거면 됐냐는 식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