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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당 연상된다"며 내로남불 쓰지말란 선관위…野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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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4일 ‘내로남불·위선·무능’ 표현을 불허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정당임을 선관위가 인정했다”고 해석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사무처는 최근 ‘투표가 위선·무능·내로남불을 이깁니다’를 투표 독려 현수막 문구로 사용할 수 있는지 선관위에 문의했다. 이에 선관위는 “특정 정당(후보자)을 쉽게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는 표현이라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이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 조수진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내로남불 정당임을 선관위가 공식 인정했다. 선관위에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 22일 오후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및 개표 시연회에서 관계자가 투표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2일 오후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및 개표 시연회에서 관계자가 투표지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당 김예령 중앙선대위 대변인도 관련 논평을 냈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을 위선·무능·내로남불 정당이라 인증한 선관위의 자승자박”이라며 “김어준 TBS의 ‘#일(1)합시다’는 괜찮지만, 시민의 야권후보 단일화 촉구 신문광고는 안 된다는 선관위”라고 꼬집었다. 또 민생경제연구소의 ‘오세훈 후보 사퇴 회견’은 문제없다면서도, 여성단체의 ‘이번 선거 왜 하죠’는 불허한 것을 언급하면서 이중 잣대라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현행법상 거리에서 투표에 영향을 주는 현수막 등을 설치·게시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기자회견 등은 가능하다고 봤다.

4·7 보궐선거 관리가 편파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야당의 반발은 이미 여러 건이다. 선관위는 서울 마포구청이 산하 주민센터에 설치한 안내 배너가 “민주당의 기호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민주당의 파란색 당색과 비슷한 선거 홍보물(택시 래핑)도 문제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가덕도를 찾아 신공항 건설을 지시한 것은 “직무상 행위”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5일 선관위를 항의 방문한다. 당 핵심 관계자는 “보궐선거 관리가 편파적으로 운영되는 건 선관위 내 주요 인사부터가 정치적으로 편향됐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대선 캠프 백서에 이름이 올린 조해주 상임위원,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선 때 만세를 외친 조성대 선관위원이 대표적”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3월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정치참여 권리를 불허한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월 23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 관계자들이 '정치참여 권리를 불허한 선관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관위의 ‘배상책임보험 가입’ 추진에 대해서도 야당은 “정권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지난 대선·총선·지방선거까지 보험기간(2015년 1월~2021년 12월)으로 삼는 건 정권이 교체되면 문제 될 일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김예령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선관위는 선거 업무로 민·형사 소송을 당할 경우를 대비한 배상보험 가입을 처음으로 추진 중이다. 선관위 전 직원(3170명)이 변호사비·손해배상금 지급 명목 등으로 1인당 1건에 3000만원, 연간 9000만원까지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논란이 거듭되자 선관위도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다. 선관위 관계자는 “현행법상에 따른 조치였을 뿐이다.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다만, 현행 선거법이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공감해 개정 의견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험 가입 추진에 대해서도 “법령에 따른 정상적인 사업으로 공무원 다수가 가입한 일반적인 보험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사전투표에서 민주당 표가 많았다더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 등을 선관위에 고발했다. 박 대표는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박영선 TV’에 출연해 여론조사에 관한 토론을 나누던 중 “투표 참관인들이 봉투에 넣을 때 대충 본다. 얼핏 도장이 나온다”며 “민주당 강북 의원들과 통화해 보니까 ‘우리 쪽이 이긴 것 같다’고 다수가 전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박 대표의 발언이 투표의 비밀침해죄,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고발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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