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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임 중 경제·일자리 ‘성적표’ 좋으면 대선후보로 도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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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호 06면

당신의 삶을 바꾸는 서울시장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 2018년 6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명지전문대학 체육관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포토]

제7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 2018년 6월 1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명지전문대학 체육관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앙포토]

『소용돌이의 한국정치』 저자로 주한 미국대사관 문관을 지낸 그레고리 헨더슨은 1960년 “파리가 곧 프랑스이듯 서울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최대 도시가 아니라 곧 한국이었다”고 논평한 적이 있다. 그만큼 국가의 중추신경이 집중된 거대도시 수도 서울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인구 천만의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서울시장 또한 ‘서울공화국’과 ‘서울민국’의 수반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정치적으로도 그 어느 정치인 못지않게 막강한 위상과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었다.

역대 민선 서울시장들 #‘포청천’ 조순, 곡절 끝 대선 포기 #총리 역임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도 #청계천 복원 치적 MB 대권 잡아

1995년 6월 이후 역대 민선 서울시장들의 행보가 이를 입증해 준다. 대부분 당선 후 유력한 대선후보로 떠올랐다는 점에서다. 1992년 대선에서 패한 뒤 정계를 은퇴했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은 1995년 민선 1기 서울시장 선거에서 조순 민주당 후보를 암묵적으로 지원해 승리로 이끌었다. 조 전 시장은 저명한 경제학자 출신으로 중도 성향을 갖고 있어서 상당한 확장성을 갖춘 인물이었다. 또 ‘포청천’ 이미지로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그는 DJ가 정계 복귀 후 신당을 창당하자 1997년 잔류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영입돼 대선 레이스에 나섰다. 민선 서울시장이란 자리의 프리미엄이 그를 대선으로 이끈 것이다. 하지만 군소 정당의 세 불리를 느낀 그는 결국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와 연합해 초대 한나라당 총재가 되면서 대선은 포기해야 했다.

고건 전 서울시장은 소위 ‘대통령 빼고 다 해본 사람’이자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었다. 2003년엔 서울시장 경험과 경륜을 토대로 노무현 정부 첫 국무총리에 임명됐다. 이듬해 3월엔 노 전 대통령이 탄핵 소추되면서 대통령 권한대행도 맡았다. 이를 바탕으로 2007년 대선에 나설 범여권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당시 30%대의 높은 지지율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그의 국무총리 기용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여권 내 위상이 추락했고, 결국 대선을 1년 앞둔 2007년 1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게 됐다. 이후 중도 실용개혁을 표방하며 대안 정당을 만들고자 했지만 비정당 출신 제3의 정치인의 현실적 한계를 드러내면서 대권의 꿈을 접어야 했다.

역대 민선 서울시장들

역대 민선 서울시장들

대권 도전에 실패한 조순·고건 전 시장과 달리 민선 3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퇴임 후 2007년 야당인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데 이어 대권까지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의 ‘화려한 성적표’였다. 청계천을 복원하고 서울광장을 조성했으며 뉴타운 개발과 버스 노선 개편도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이처럼 강한 추진력에 성과를 중시하는 ‘불도저식’ CEO의 모습은 ‘경제 대통령’이란 구호와 조화를 이루면서 그를 대통령의 자리로 이끌었다.

민선 4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디자인 서울과 강남북 균형 발전을 앞세워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1년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자신의 거취를 걸고 주민투표를 실시한 게 발목을 잡았다. 결국 그는 투표율이 개표 요건에도 못 미치자 투표 이틀 뒤 전격 사퇴했다. 10년 만에 재도전에 나선 오 전 시장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내년 또는 2027년 대선에서 유력 후보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그만큼 서울시장이란 자리가 갖는 정치적 위상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시민단체 출신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오 전 시장 사퇴로 치러진 2011년 보궐선거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한 기세를 몰아 집권당인 새누리당의 나경원 후보마저 제치고 서울시에 입성했다. 2014년과 2018년에도 잇따라 당선되면서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란 기록도 세웠다. 역대 최장 재임 시장(8년 8개월)이었던 그는 각종 개혁 어젠다를 제시하며 한때 대선 지지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정국 이후 여당의 대권 구도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양강 구도로 재편되면서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역대 서울시장의 이 같은 행보를 살펴보면 몇 가지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재임 기간 나름의 역량을 발휘하면 유능한 행정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서울시장이란 자리를 대통령으로 도약하는 디딤돌로 삼을 수 있다. 재임 중 업적이 당시 시대정신과 맞아 떨어질 경우 국가 지도자로 선택받을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자신과 함께 일한 측근들이 대거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당과 국회에 자신의 지지 세력도 구축할 수 있다. 한마디로 서울시장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유력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물적·인적 토대를 얼마든지 갖출 수 있는 자리인 셈이다.

2018년 6월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시민 여론조사에서 서울시 발전을 위한 중요한 정책 분야로 ‘경제·일자리’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서울시의 가장 심각한 경제 문제로는 ‘청년 등의 높은 실업률’이 꼽혔다. 골목 상권 붕괴와 자영업자·소상공인 문제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새로 뽑히는 서울시장은 이런 요구를 정책에 반영해 최대한 성과를 내야 할 것이다. 단언컨대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 시민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서울시장에게는 언제든 미래가 열려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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