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중앙시평

코로나가 끝나면, 그때는 행복할까?

중앙일보

입력 2021.04.01 00:40

업데이트 2021.04.03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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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지난 한 해 동안 코로나로 힘들었지만, 무엇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전파자가 되면 남들로부터 비난받을까 두려웠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의 행복을 주제로 영국의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낸 최근 기사는 한국의 한 대학생 인터뷰로 시작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일상의 자유가 축소되어 친구를 만나거나 수업에 참석하는 것도 정부가 결정하는 상황에 좌절하고 졸업 후 일자리를 걱정한다’고 했다. 대부분 대학에서 수업은 지금도 비대면으로 진행되고 선후배, 동아리 모임은 크게 위축되었다.

지난 1년 코로나 블루가 심각했고
지난 10년 행복 지수는 계속 하락
저성장과 저출산으로 미래 불안
희망 있고 행복한 사회 만들어야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의료기관 종사자, 노약자, 어린 자녀를 돌보는 부모, 실직 노동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특히 힘들지만, 많은 일반 국민이 코로나 블루(코로나19 우울증)를 겪고 있다.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한국 사회에서 항상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서도 혹시 감염자가 되어 주위에서 비난을 받을까 걱정스럽고, 방역 수칙을 어겨 처벌을 받을까도 두렵다.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서 언제 일상을 회복할지 알 수 없다. 계절은 어김없이 바뀌고 봄꽃이 활짝 피었지만, 얼어붙은 경제와 감염 걱정으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을 실감한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속에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도는 낮아졌다. 갤럽이 매년 실시하는 행복 평가 조사는 각자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상태를 10으로 하고 가장 불행한 상태를 0으로 했을 때 현재 느끼는 행복 수준을 묻는다. 지난해 조사에서 한국인 응답자의 평균은 5.79였다. 이는 세계 최고인 핀란드(7.89)나 미국(7.03), 일본(6.12)보다 낮고 중국과 비슷하다. 이전 해의 5.87보다도 낮아졌다.

다른 여론조사업체 입소스(Ipsos)가 지난해 실시한 세계 행복 조사에서 ‘매우 행복’ 또는 ‘대체로 행복’하다고 답한 한국인 응답자의 비중은 53%로 중국(93%), 미국(70%)보다 훨씬 낮았다. 유엔(UN)은 매년 3월 ‘세계 행복 보고서’에서 갤럽의 행복지수와 1인당 소득, 기대 수명, 선택의 자유, 부패 정도 등을 합쳐 국가별 행복 순위를 발표한다. 한국은 올해 세계 62위였다. 필리핀이 61위로 우리와 비슷하다.

한국인의 행복도는 지난 10년 동안 계속 하락했다. 유엔이 2013년 보고서에서 발표한 한국의 행복지수는 6.23이었고 행복 순위는 세계 41위였으나 이후 계속 낮아졌다. 입소스 조사에서 2011년에 행복하다고 답한 한국인 응답자는 71%로 지금보다 18%포인트 높았다. 세계행복 조사에서 대부분 응답자는 행복의 중요한 요인으로 건강, 가족(배우자, 자녀)과의 관계, 직업, 재산, 그리고 인생이 의미 있고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만족감 등을 꼽았다. 가정, 직장, 경제 상황이 힘들어서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는 대한민국 국민이 점점 많아졌다.

미래에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희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월 12일 기사에서 저성장, 저출산이 한국의 심각한 경제 난제라고 지적했다. 2018~25년 한국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은 2.1%(국제통화기금 추계치)로 미국의 1.6%와의 격차가 역대 최저로 좁아졌다. 아직 한국의 1인당 소득은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데도 한국이 성장 동력을 잃어가면서 선진국과의 소득 격차를 이제는 줄이기 어렵다고 했다. WSJ은 최근의 집값과 가계부채 폭등도 한국의 잠재 성장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다.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의 출산율도 난제다. 지난 해 합계출산율은 0.84이다. 이는 성인 100명(남자 50명, 여자 50명)이 자녀를 평균 42명(50×0.84)을 갖고 이들이 다시 성인이 되면 자녀를 20명을 갖는다는 의미이다. 기대 수명이 늘어 노인 인구는 많아지고 생산가능인구는 급격히 감소한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40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34%이고, 80세 이상이 517만명으로 10%를 넘는다.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지금의 3750만명에서 4분의1인 900만명 가량이 줄어든다. 그동안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세우고 많은 재정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2012년의 1.3에서 계속 하락했다. 행복하지 않고 미래가 불안한데 자녀를 가질까? 결혼하여 자녀를 낳아 키우고, 열심히 일해 내 집을 마련하고, 중산층이 되고 싶은 서민들의 소박한 꿈이 무너지고 있다.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는 올해 아카데미상에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된 화제작이다. 198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인 이민자 가족의 고단하고 팍팍한 삶을 그렸다. 그들은 가족이 함께 의지하면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살아간다.

우리도 지난 반세기 동안 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아왔다. 미래 세대가 희망을 갖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어하는 그런 행복한 사회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 경제 난제를 해결하고, 국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도록 정치가 앞장서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전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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