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전립선 주름도 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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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두세번씩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에서 깨야 했던 60대 전립선 비대증 환자 정모씨. 약을 먹어도 소변이 계속 막히고, 골반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술(경요도 절제술)을 받자니 마취.출혈.입원 등에 따른 심리적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던 그는 지난 1월 주치의로부터 보톡스 시술을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주름살 제거 주사약인 보톡스를 얼굴이 아닌 회음부에 주사한다니…." 망설여졌지만 "통증이 거의 없다"는 의사의 말이 그를 움직였다. 시술은 5분 만에 끝났다. 정씨는 요즘 "전립선의 크기가 줄어들고, 골반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다"며 만족스러워 한다.

주름살 제거 효과가 있는 보톡스 주사가 전립선 비대증을 완화시키는 시술로 활용돼 관심을 끌고 있다. 분당차병원 비뇨기과 박동수 교수는 최근 주름 펴는 약(보톡스)을 전립선 비대증 환자 58명에게 주사한 결과 69%가 "빈뇨(잦은 소변)와 야간뇨가 크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전립선이 커져 요도를 누름으로써 소변이 시원스럽게 나오지 못하는 증상이 전립선 비대증이다. 60대의 60%, 70대의 70%가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박 교수는 "특히 뇌졸중.파킨슨병 등을 함께 지니고 있는 환자에게 효과적이었다"며 "수술과는 달리 성생활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보톡스 시술은 특수 바늘을 이용해 보톡스를 회음부에 주사하므로 감염 우려가 적고 출혈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수술.마취.입원이 필요 없어 심리적.신체적 고통도 적다. 시술 당일 바로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1주일 이내로 증상이 호전된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약 30%의 환자에겐 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립선에 염증이 많거나 과거에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환자에겐 효과가 거의 없다. 보통 1년마다 다시 시술을 받아야 한다. 건강보험 적용도 받지 못한다. 시술비는 전립선의 크기가 작을 때(30g 이하) 75만원, 중간 크기(30~80g)일 때 135만원, 80g 이상일 때는 195만원. KTP 레이저 치료보다는 부담이 적지만 눈가 주름을 보톡스로 펼 때(약 40만원)보다는 많은 셈이다.

◆ 보톡스=식중독을 일으키는 보툴리눔 독소가 주성분인 주사약이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미용 성형 목적의 주름 치료제와 소아 뇌성마비, 사시, 사경(머리가 한쪽으로 계속 기울어져 있는 병), 다한증, 안검경련(눈가의 근육이 떨리는 증상) 치료제로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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