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당 이수봉 후보가 30일 서울시장 토론회 이후 주목받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양강 구도 속에서 치러진 토론에서 기호 9번 민생당의 이 후보는 주눅 들지 않고 제 목소리를 내며 대중들에게 존재를 알렸다.
토론회 초청 대상이 된 건 민생당의 전신인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득표율 합계 3%를 넘긴 덕분이다.
“다 썩었다, 싹 바꾸자”
이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저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제3지대의 진정한 대표 후보’임을 자임하고 있는 이 후보는 “다 썩었다. 싹 바꾸자”라며 포문을 열었다.
여당의 박 후보에게는 “이 보선이 무엇 때문에 만들어졌나. 선거 때문에 580억원이 날아갔다”고 비판했다. 오 후보에게는 내곡동 의혹에 대해 “오 후보가 기억에 대해 겸손해야 한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 그런 말로 피해가려면 차라리 사퇴하라. 같이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창피하다”고 일침을 놓았다. 오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오 후보 말고도 야권에서 후보가 10명이 있다”며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저격 대상이 됐다. 한때 정치적 동지였지만 이 후보는 “이수봉 표는 사표가 아니다.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 위선과 무능의 정치 세력을 끝내겠다”며 “안 대표까지 보수로 넘어갔지만 저는 신념을 지켰다”고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부산 중앙중학교를 나온 이 후보는 안 대표와 중학교 동창이다.
‘수봉이형’, ‘워터스틱’ 별명 등장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이 후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오 후보의 우세 속에서 여야가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 후보의 존재는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 후보를 ‘수봉이형’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워터스틱’이라는 말 장난식의 별칭도 붙였다. 토론회 이후에는 “3등은 허경영 대신 이수봉”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뜻밖의 관심에 이 후보는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토론회에서 하고 싶은 말을 10분의 1도 못했는데 사이다라고 하면 당황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학생운동으로 투옥된 경력이 있는 이 후보는 민노총 대변인, 민노총 정책연구원 원장을 거쳤다. 2013~2014년에는 안철수 의원의 보좌관을 맡으며 정치를 시작했다. 21대 총선 이후 민생당 비대위원장을 맡고 있다가 "새로운 기득권이 된 문재인 정부와 자격조차 없는 보수야당 사이에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없는 제3지대 정치와 후보가 없다"며 서울시장 후보에 나섰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