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 국채 사들이는 中 속내는…그래도 달러? 대미 압박 노림수?

중앙일보

입력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중국이 슬금슬금 미국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 1월에만 229억 달러(약 26조원)어치를 샀다. 이런 기세면 2019년 5월 이후 일본에 내준 미 국채 최대 보유국 자리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2767억 달러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952억 달러(약 1239조원) 규모다. 2019년 10월 이후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10월 이후 중국의 국채 보유액은 석 달 연속 증가했다.

'달러의 덫'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미국 국채 비중을 줄였던 중국이 태세를 전환한 시점은 절묘하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맞물려서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이 시행된 데다 3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 추진 등도 본격화하며 미국 국채가 시중에 더 풀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채권값이 떨어지면 금리는 오른다.

이런 분위기 속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30일(현지시간) 장중 1.77%까지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이전인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美 국채 보유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중국의 美 국채 보유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미국 입장에서 국채 금리의 오름세 속 '큰 손' 중국의 등장은 나쁘지 않다. 중국이 국채 보유를 늘리면 금리를 안정시킬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 시장에 풀린 국채를 중국이 소화(구매)하면서 채권값이 오르거나(채권 금리 하락) 안정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여전히 으르렁대고 있다. 미국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인권문제를 제기하고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 협의체) 결성 등으로 중국을 압박한다. 중국은 미국과 캐나다에 보복제재를 하고, 쿼드 국가에도 제재할 거라고 엄포를 놨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 국채 쇼핑에 나선 중국의 속내는 궁금증 투성이다. 미 금융투자 정보사이트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중국 입장에서도 미 국채가 유용한 카드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①중국 제품 구매 위한 ‘달러 실탄’ 꽂아주기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미국이 중국 제품을 사줘야 중국 경제가 잘 굴러간다. 이 맥락에서 미국 국채는 유용하다.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어서다. 인베스토피디아는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는 것은 사실상 미국이 중국 제품을 계속 구매하도록 대출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국채 발행 등이 뒷받침하는 경기부양안으로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중국 제품 수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4일 “미국의 경기 부양안이 통과되면서 중국 수출업체들은 기대감으로 차 있다”며 “구매력이 늘어난 미국인들이 중국산 제품을 더 많이 살 거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②막대한 대중무역 적자의 방패막이?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 후보가 '바이 아메리칸' 구호를 놓고 유세 연설을 하는 모습.[AP=연합뉴스]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 후보가 '바이 아메리칸' 구호를 놓고 유세 연설을 하는 모습.[AP=연합뉴스]

중국에 대한 미 정치권의 대표적인 불만이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다. 인베스토피디아에 따르면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매달 250억~350억 달러에 이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개선하려 중국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압박했다.

바이든 행정부 기조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부과한 대중 고율 관세를 철회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 속 미 국채 매입은 중국 입장에서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로 미국에 생색을 낼 수 있는 카드다. 인베스토피디아는 “미국이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미 국채는 중국으로선 최선의 옵션”이라고 지적했다.

③혼란한 시기에 믿을 건 美 국채뿐

[AFP=연합뉴스]

[AFP=연합뉴스]

정치적 목적만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사들이는 데는 투자의 안정성과 수익성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충격에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와중에 안전한 투자 자산으로 미 국채만 한 게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2107억 달러다. 이 중 미 국채 비중은 34.1%나 된다. 인베스토피디아는 “중국은 유로존 채권은 지난 18년간 항상 불안정했고,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은 수익성은 높아도 리스크가 크다고 여긴다”고 평가했다.

④여차하면 국채 판다…대미 압박 수단?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국채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2019년 5월까지 세계 1위 미 국채 보유국이었다. 하지만 그즈음 상당량의 국채를 팔고 일본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미 국채 보유 규모를 줄였다는 게 당시의 분석 중 하나였다. 국채를 내다 팔면 달러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국채 매각을 통한 보복 카드는 지금도 유효하다. 중국이 사들인 미 국채를 대규모로 팔 수 있다. 하지만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중국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베스토피디아는 “미국이 단기간에 많은 양의 미 채권을 팔아도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최악엔 달러를 찍어내 대금을 상환할 수 있다”며 “오히려 중국이 손에 쥘 자산 가치만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