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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어린이 위한 '메이크 어 위시'

중앙일보

입력

난치병에 걸린 어린이가 소망을 갖는다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소망을 이뤄 기분이 좋아지면 면역력이 높아져 질병 치료에도 도움
이 된다. 의정부성모병원 소아과 김영훈 교수는 "소원을 이룬 난치병 어린이는 병세가 회복되기도 하고 의사의 예상보다 더 오래
사는 경우가 많다"며 "때로는 기적도 일어난다"고 말했다.

난치병에 걸린 어린이는 우울감에 빠지기 쉽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다. 때로는 희망을 잃고 치료에 대한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바깥 나들이를 통해 햇빛을 보고 바람을 쐬면 식욕이 생기고 면역력이 증강된다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이때 환자는
감염에 취약한 상태이므로 자원봉사자들은 손을 깨끗이 씻는 등 주의해야 한다.

# 1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로 5년째 투병 중인 민아(여.12)는 지난달 15일 소원을 들어주는 메이크어위시재단으로부터 노트북 컴퓨터를 선물받았다. 이날의 행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민아가 가장 좋아하는 탤런트 김태희(위시 재단 홍보 대사) 언니는 "힘 내라"며 동영상 메시지와 MP3를 보내왔다. 게다가 민아가 아끼는 책을 쓴 아동문학가 이금희씨가 직접 요리사 분장으로 스테이크를 들고 오는 것이 아닌가. 민아는 이런 기쁨을 되새기며 19일 골수이식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 2

1997년 12월 당시 3세였던 한국계 미국인 피터 주의 소망은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었다. 신경아세포종(암의 일종) 4기 진단을 받았던 피터는 "하느님에게 나를 왜 이렇게 아프게 하는지"를 따져 물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위시 재단 자원봉사자가 "하느님은 너무 바빠서 만나기가 힘들다"고 하자 그는 "하느님의 가장 가까운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듬해 1월 그는 로마 교황청에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를 만났다.

# 3

루푸스병을 앓고 있는 초등학교 6년생 주향(여.11)이는 멋진 군함을 타는 해군이 되는 것이 소원이다. 주향이는 2월 5일 '1일 해군'으로 임명받아 남동생 재준이, 위시 재단 자원봉사자와 함께 평택의 해군 제2함대를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25명의 군악대원은 주향이 일행을 위해 올챙이송과 해군가 등 4곡을 연달아 연주했다. 사령관 장승학 준장은 주향이에게 거북선 모형과 함대 기념 모자를 선물하며 "주향이가 병이 다 나아 해군이 될 때까지 군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한국 최대의 함정이라는 을지문덕에도 승선한 주향이는 "아파서 해군이 될 수 없으면 나중에 해군과 결혼해야지…"라며 활짝 웃었다.

# 4

태완(11)이는 만성 육아종,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 집보다 병원에서 더 오래 지냈다. 감염 위험이 높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엔 가본 적이 별로 없다. 영화관에도 못 가봤다. 이런 태완이의 소망은 NRG의 멤버인 이성진을 만나는 것. 2월 21일 태완이는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진주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드디어 용산 CGV 영화관에서 성진형과의 설레는 첫 만남. 성진형이 선물한 CD와 티셔츠를 받고 밝게 웃은 태완이는 NRG의 '히트송'을 함께 따라 불렀다. 폐렴 후유증으로 노래 한 소절도 하기 힘들 것 같던 태완이였는데…. 기분이 좋아져 '레모니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이란 생애 첫 영화까지 감상해버렸다.

한국 메이크어위시 박은경 사무총장은 "소원을 이루는 것 그 자체보다 소원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어린이가 행복하고 즐겁게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난치병 어린이는 네가지 유형의 소원을 말한다. '~를 만나고 싶다' '~을 갖고 싶다''~에 가고 싶다''~이 되고 싶다' 등이다. 한국의 난치병 어린이가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제주도. 재단의 재정상 해외 여행은 힘들다.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대개 연예인이다. 위시 재단이 협조를 요청하면 대부분의 연예인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러나 "언론에 공개되는가"를 물은 뒤 "어린이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린다"고 하면 슬그머니 뒤로 빼는 경우도 더러 있다. 미국에선 대통령을 만나고 싶어하거나 하루 대통령직을 체험하는 난치병 어린이도 적잖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28명의 난치병 어린이를 만났다.

*** 난치병 어린이의 소망

(1) ~에 가고 싶다: 34명

(제주도 22명, 에버랜드 3명, 서울 구경 3명, 롯데월드 3명, 서울대공원 2명, 수족관 1명)

(2) ~을 갖고 싶다: 37명

(노트북 컴퓨터 21명, PC 8명, 플레이스테이션2 3명, 무선 레이싱 카 1명, 디지털 카메라 2명, 러닝머신 1명, 천체망원경 1명)

(3) ~를 만나고 싶다: 14명

(보아, 윤도현, 쥬얼리, 안재모, 조성모, UN, JTL, 권상우, 이성진, 임요환, 이윤열, 개그콘서트 출연자, 앙드레김, 신화)

(4) ~이 되고 싶다: 9명

(도예가, 간호사, 피아니스트, 해군, 공주, 마술사(2명), 테니스의 왕자, KTX 승무원)

*2003년~현재까지 소망을 이룬 난치병 어린이 95명 조사

자료=한국 메이크어위시 재단

*** 소망을 이루거나 들어주려면

▶한국메이크어위시 재단의 자원봉사자가 되거나 후원(Wish angel)을 하려면 재단 홈페이지(www.wish.or.kr)나 전화(02-3453-0318)로 신청 ▶재단에 소망 신청을 하려면 난치병 어린이 본인, 부모, 주치의.간호사.의료사회복지사 등이 재단 홈페이지나 전화로 신청하면 한두 달 안에 소망을 이룰 수 있음 ▶신청 자격: 재단에서 규정한 난치병이나 주치의로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난치병을 앓고 있다는 진단을 받은 어린이와 청소년. 신청 당시 만 3~18세로 다른 기관을 통해 소원을 이룬 적이 없어야 함 ▶환자 1인당 사업비 한도액: 300만원

◆ 메이크어위시(Make-a-wish) 재단

1980년 미국 애리조나주의 백혈병 환자였던 크리스 그레시어스(당시 7세)라는 남자 어린이의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주위에서 이뤄지게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애리조나주 경찰의 도움으로 크리스는 하루 동안 경찰 제복을 입고 경찰과 함께 오토바이와 헬기를 타고 순찰을 돌며, 범인체포 현장에도 있었다. 그는 소원을 이룬 지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1일 경찰관이 됐던 그날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 뒤 그의 가족과 친지들은 아픈 아이들에게 원하는 소원을 이뤄주는 것이 소중한 체험이라는 것을 깨닫고 'Make-A-Wish 재단'을 설립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세계 32개국에서 13만 명의 난치병 어린이의 소원을 들어 주었다. 한국 메이크어위시 재단은 26번째 지부로 2003년 활동을 시작했다. 이 기관을 통해 지금까지 모두 95명의 난치병 어린이가 소원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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