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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2 갈등에 中영어유치원 금지? 교육주 폭락 빌미준 녹음파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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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한 유치원.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신경진 기자

베이징의 한 유치원.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신경진 기자

중국의 학원 단속 소문에 뉴욕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의 온·오프 교육 관련주가 폭락했다.

교육청 단속관 "영어 유치원 규제" 녹취 퍼져 #美 나스닥 상장 중국 교육주 일제히 급락 #학교·학원 부담 ‘이중 경감’ 문건도 유포 #공안부, 온라인 교육 사이트·앱 일제 단속

지난 26일(현지시간) 하루 건수이쉐(跟誰學) 주식은 41.57%, 유다오(有道)는 13%, 신둥팡(新東方)은 11% 급락했다. 지난주 초부터 중국 SNS에 퍼진 녹음 파일 하나가 태평양을 건너 '나비효과'를 일으키면서다.

녹취 파일 목소리의 주인공은 베이징 교육위원회(한국의 서울시 교육청에 상당) 소속의 단속 요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영어 유치원으로 보이는 학원 단속 과정을 몰래 녹취한 내용이라고 중국 경제 매체 차이롄서(財聯社)가 27일 보도했다.

녹음 속 발언 요지는 다섯 가지다. 첫째, 베이징에서 6세 이하 아동의 학원 교육을 불허한다. 둘째, 영어 이외에 다른 과목도 안된다. 셋째, 영어 그림책, 수학 사고력 등으로 규제를 회피해도 안 된다. 적발 즉시 허가를 취소한다. 넷째, 신규 학생을 모집하거나 관련 광고를 불허한다. 다섯째, 기존 유아 영어 학원의 업종 전환을 권장한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어 교육은 물론 사실상 모든 조기 교육을 금지한다는 내용에 베이징 학부모들은 패닉에 빠졌다. 차이롄서는 녹취 내용을 당국이 공식 확인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달 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문을 닫았던 오프라인 학원이 재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당국의 엄격한 심사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중국 인터넷에 유포 중인 교육당국의 ‘이중 경감’ 관련 문건. [웨이보 캡처]

중국 인터넷에 유포 중인 교육당국의 ‘이중 경감’ 관련 문건. [웨이보 캡처]

녹음 파일에 이어 9개 지방 교육 당국의 새로운 지침을 담은 보고서도 유포됐다. 내용은 ‘이중 경감(雙減·쌍감)’ 정책으로 불리는 교육 정책으로 학교 내 숙제 경감과 학교 밖 학원 부담을 줄이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학교 교육에서는 교육의 질, 숙제의 질, 방과 후 서비스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학교 바깥에서는 학원 숫자, 학원 운영 시간, 학원 교육비 세 가지를 제한한다는 규제를 담았다.

대대적인 단속은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사교육 기업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공안부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리퉁(李彤) 인터넷안전국 부국장이 온라인 교육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에 난무하는 저속한 동영상과 유해 정보를 '정돈'하는 작전을 벌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기간에 공안부는 행정처분 423건, 개선 명령 1058건, 퇴출 636건의 성과를 거둬, 청소년을 위한 건전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교육 관련주 폭락 상황. [중국 매일경제신문 캡처]

중국 교육 관련주 폭락 상황. [중국 매일경제신문 캡처]

하지만 베이징 학부형 사이에서는 미·중 갈등의 불똥이 '조기 영어교육 금지'로 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부형은 “어학은 조기 교육이 중요한데 정부가 나서서 금지하면 어쩌란 말인가”라며 “코로나19로 조기 유학이 막힌 상태에서 학원까지 막는 것은 지피지기(知彼知己)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차이롄서의 해당 기사는 29일 삭제된 상태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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