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백전노장 대결’이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정치권의 대표적인 선거 전략가이자 킹메이커로 통하는 데다가, 오랜 정치 악연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 8월 정계를 떠난 이 전 대표는 최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구원 투수로 등판했고,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거를 지휘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방송과 친여당 성향 유튜브에 잇따라 출연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에 출연해 “(오세훈 후보가 앞서는) 지금 여론조사는 객관성과 신뢰성 없는 국민을 호도하는 조사”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를 놓고 “최근 지지율 격차에 여권 지지층이 술렁대자 ‘상왕’이라고 불리는 이 전 대표가 불안감 가라앉히기에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런 발언에 대해 “박 후보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소리”라며 “선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면 내심 이 선거를 졌구나 생각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 전 대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에 대해선 “윗물을 맑아졌는데 바닥에는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며 정부 책임론을 방어하는 데 주력했다. 이에 반해 김 위원장은 “LH 사태는 문재인 정권 불공정의 완결판”(3월 11일 당 비대위 회의)이라며 “국민의 분노와 엄중한 심판이 보궐선거에서 표출될 것”이라고 판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두 사람의 악연은 3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김 위원장은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는데, 당시 무명으로 평가받던 이 전 대표에게 패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비례대표로 의원으로만 국회의원 배지(5선)를 달았다.
2016년 총선에서는 공천을 놓고 맞붙었다. 당시 민주당 비대위 대표였던 김 위원장이 이 전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하자 이 전 대표는 반발해 탈당했고, 이후 무소속으로 당선(세종시)돼 복당했다.
21대 총선에서는 각각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해찬),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김종인)으로 맞붙었는데, 결과는 180석(민주당+더불어시민당)을 차지한 민주당 압승이었다.
이번 서울시장 대결은 지난 총선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현재까진 김 위원장이 지원하는 오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가 돕는 박 후보를 앞서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백전노장의 외나무다리 승부가 이번 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