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뺏고 빼앗긴 33년 악연, 이해찬·김종인 '노장 결투'

중앙일보

입력 2021.03.29 05:00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중앙포토·연합뉴스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중앙포토·연합뉴스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백전노장 대결’이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정치권의 대표적인 선거 전략가이자 킹메이커로 통하는 데다가, 오랜 정치 악연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 8월 정계를 떠난 이 전 대표는 최근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구원 투수로 등판했고,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선거를 지휘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최근 방송과 친여당 성향 유튜브에 잇따라 출연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에 출연해 “(오세훈 후보가 앞서는) 지금 여론조사는 객관성과 신뢰성 없는 국민을 호도하는 조사”라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를 놓고 “최근 지지율 격차에 여권 지지층이 술렁대자 ‘상왕’이라고 불리는 이 전 대표가 불안감 가라앉히기에 직접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런 발언에 대해 “박 후보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소리”라며 “선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면 내심 이 선거를 졌구나 생각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 전 대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에 대해선 “윗물을 맑아졌는데 바닥에는 잘못된 관행이 많이 남아 있다”며 정부 책임론을 방어하는 데 주력했다. 이에 반해 김 위원장은 “LH 사태는 문재인 정권 불공정의 완결판”(3월 11일 당 비대위 회의)이라며 “국민의 분노와 엄중한 심판이 보궐선거에서 표출될 것”이라고 판 키우기에 나서고 있다.

2020년 6월 3일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왼쪽)가 당대표 회의실에서 예방한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2020년 6월 3일 이해찬 당시 민주당 대표(왼쪽)가 당대표 회의실에서 예방한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두 사람의 악연은 3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김 위원장은 당시 민주정의당 후보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는데, 당시 무명으로 평가받던 이 전 대표에게 패했다. 김 위원장은 이후 비례대표로 의원으로만 국회의원 배지(5선)를 달았다.

2016년 총선에서는 공천을 놓고 맞붙었다. 당시 민주당 비대위 대표였던 김 위원장이 이 전 대표를 공천에서 배제하자 이 전 대표는 반발해 탈당했고, 이후 무소속으로 당선(세종시)돼 복당했다.

21대 총선에서는 각각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해찬),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김종인)으로 맞붙었는데, 결과는 180석(민주당+더불어시민당)을 차지한 민주당 압승이었다.

이번 서울시장 대결은 지난 총선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현재까진 김 위원장이 지원하는 오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가 돕는 박 후보를 앞서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두 백전노장의 외나무다리 승부가 이번 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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