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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 노린 中어선 하루 100척, 10분내 못 잡으면 北으로 튄다

중앙일보

입력

해경 대원들이 불법조업하던 중국어선에 승선해 어획물을 확인하고 있다. 서해5도특별경비단

해경 대원들이 불법조업하던 중국어선에 승선해 어획물을 확인하고 있다. 서해5도특별경비단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은 요즘 긴장감이 흐른다. 상반기 꽃게 성어기(3~6월)가 시작된 이후 출몰하는 중국어선 수가 부쩍 늘어서다.
지난 1월 서해 NLL에 등장한 중국어선은 하루 평균 26척. 2월 20척으로 줄더니 이달 들어선 하루 평균 100척이 넘게 몰려들고 있다.

특히 꽃게 어장이 형성된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에만 중국어선의 75%가 집중되고 있다.
신중현 연평도 어촌계장은 "우리 어선은 안개만 심해도 출항하지 않는데 중국어선은 기상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조업을 한다"며 "중국어선 대부분이 바닥까지 훑는 쌍끌이 어선이라 잡으면 안 되는 어린 꽃게 등까지 모조리 잡기 때문에 자원 고갈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해 NLL은 100여 척 넘는 중국어선 출몰 

이달부터 본격적인 꽃게 조업이 시작되면서 우리나라 바다에 출몰하는 중국어선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해부터 퇴거 위주로 단속하고 있는 해경도 속속 중국어선을 나포하고 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해경이 나포한 중국어선은 모두 13척이다. 1월과 2월은 각 2척이었지만 이달 들어서만 9척을 나포했다. 퇴거·차단한 중국어선도 742척에 이른다.

지난 18일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에 나포된 중국어선. 서특단

지난 18일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특별경비단에 나포된 중국어선. 서특단

가장 심각한 곳은 서해 NLL 일대 바다다. 중국 춘절(2월 11일~17일) 이후 조금씩 늘더니 요즘은 최대 150여척이 연평도와 백령도·소청도 인근 바다에서 불법으로 조업하고 있다. 중국 국기인 오성기를 단 목선부터 철선까지 배 종류도 다양하다. 해경이 나타나면 NLL 북한 해역으로 도주한다.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서해5도 특별경비단(서특단)은 지난 18일 오후 11시 15분쯤 연평도 동쪽 13㎞ 해상에서 30t급 중국어선 1척을 나포했다. 이 중국어선은 우리 수역 6㎞를 침범해 불법으로 조업해 영해 및 접속수역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당시 36척의 중국어선이 해당 어선과 함께 조업하고 있었는데 해경이 출동하자 달아났다. 해경은 나포한 중국어선 선원 7명을 이송해 코로나19 검사를 한 뒤 조사했다.

서특단 관계자는 "해경이 나타나면 중국어선들이 전속력으로 NLL 북한 해역으로 도주하기 때문에 10분 내외로 단속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위험 등으로 퇴거 위주의 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단속이 필요한 경우는 나포한다"고 말했다.
서특단은 불법 조업 중국어선에 대응하기 위해 경비함정과 중형특수기동정 등 6척을 서해 NLL 해역에 상시 배치한 상태다.

EEZ에서만 12척 나포, 대부분 단속에 적발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도 속속 불법 조업하는 중국어선들이 나포되고 있다. 올해 나포된 중국어선 13척 중 12척이 EEZ에서 나포됐다. 한중 어업협상에 따라 EEZ는 우리 정부의 허가를 받은 중국어선은 조업이 가능하다.

해양경찰청. 뉴스1

해양경찰청. 뉴스1

현재 하루 평균 245척의 중국어선이 목포와 제주 해역 등에서 삼치·아귀·고등어 등을 잡고 있다. 무허가 중국어선들은 정식 허가를 받은 중국어선에 섞여 불법으로 조업한다. 해경은 중국어선들을 상대로 허가 여부를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불법 조업이 적발되거나 출동한 해경을 피해 달아나다 나포된다고 한다.

목포해경은 지난 20일 오후 1시쯤 전남 신안군 가거도 북서쪽 96㎞에서 달아나던 96t급 중국어선 한 척을 나포했다. 지난 23일에는 제주해경이 114t급 중국어선 두 척을 나포했다.
해경 관계자는 "성어기가 시작되면서 출몰하는 불법 조업 중국어선 수가 늘어 어민들의 고충이 많다"며 "불법 조업하는 외국 어선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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