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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다음은 SLBM? 신포조선소서 수상한 움직임 포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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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상대로 ‘격랑의 봄’을 알렸다.
북한은 27일 이병철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명의로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우리 국가(북한)의 자위권에 대한 노골적인 침해이며 도발”이라는 담화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25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유엔안보리 결의(1874호) 위반”이라고 밝혔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현지시간 25일)에 대한 공식 입장이다.

이병철 군사위 부위원장, 바이든 기자회견 공식 반발 #신포 조선소에선 SLBM 발사 잠수함 진수 준비 정황

북한이 지난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은 신형전술유도탄은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이며, 2기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은 신형전술유도탄은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이며, 2기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이병철은 담화에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는 국방과학 정책 목표들을 관철해 나가는 하나의 공정으로 주권국가의 당당한 자위권에 속하는 행동”이라며 “우리 국가의 자위권에 속하는 정상적인 무기시험을 두고 미국의 집권자가 유엔 결의 위반이라고 걸고 들며 극도로 체질화된 대조선 적대감을 숨김없이 드러낸 데 대하여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을 놓고도 '자위권'으로 주장해왔다.

이병철은 북한 노동당의 국방 및 군수 분야 책임자다. 그런 그를 바이든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는 상대로 내세운 건 대미 강대강 대결 정책을 불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더 분명하게 전달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특히 북한이 순항미사일 발사(21일)에 이어 탄도미사일 발사로 수위를 올렸던 만큼 다음 단계에선 SLBM 등으로 지금보다 더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전문 매체인 ‘38노스’는 북한이 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새 잠수함의 진수를 준비 중이라는 관측을 27일(현지시간) 내놨다. 38노스는 앞서 지난 24일 북한의 잠수함 건조 시설인 신포조선소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에서 선박의 건조와 수리를 위해 급ㆍ배수 시설을 갖춘 드라이독(drydock)이 잠수함 진수 시설 옆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신포조선소 인근 부두에 있던 드라이독이 잠수함 진수시설 옆에서 포착된 건 이례적으로, 38노스는 “가까운 미래에 새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진수하기 위한 준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각종 무기를 개발할 때 철저히 비공개로 한 뒤 특별한 목적이 있을 때 이를 공개하곤 했다”며 “인공위성 사진이 잠수함 진수를 위한 준비라면, 북한이 추가 행동을 예고하는 차원에서 의도적인 노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평화 분위기가 조성됐던 ‘3년 전 봄’(2018년 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김여정 부부장의 15일 담화의 연장선에서 북한이 벼량끝을 향하며 단계적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 참관 대신 평양시민을 위한 여객버스 시제품을 둘러봤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신형전술유도탄' 시험 발사 참관 대신 평양시민을 위한 여객버스 시제품을 둘러봤다. [연합뉴스]

대미 대결 불사를 공언한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5만 세대 살림집(주택) 건설 착공식과 버스 공장 현지지도 등에 나서고 다음달 당의 말단 조직인 당 세포(당원 5~30명 단위조직)비서 대회도 소집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 위원장이 탄도미사일 발사(25일) 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경제를 챙기는 건 미국의 대응을 살피는 일종의 눈치 게임”이라며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가 진행될 경우 어려움에 대비하고, 군사적 행동에 나서기 위한 내부 결속과 기강 확립을 염두에 둔 행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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