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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 29%에도 못웃는다···시청자에 간파당한 펜트하우스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펜트하우스2’에서 배로나(김현수)를 죽이려고 하는 주단태(엄기준)의 모습. [사진 SBS]

‘펜트하우스2’에서 배로나(김현수)를 죽이려고 하는 주단태(엄기준)의 모습. [사진 SBS]

SBS 금토드라마 ‘펜트하우스2’가 27일 시청률 29.2%(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다음 달 2일 종영을 1회 남기고 시즌 1 마지막 회가 기록한 최고 시청률 28.8%를 넘어선 것.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드라마 부문 화제성 조사 결과는 5주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출연자 화제성 역시 이지아ㆍ엄기준ㆍ김소연ㆍ김현수ㆍ유진ㆍ윤종훈ㆍ김영대 등 톱 10 중 7명을 차지할 정도.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PD의 전작 ‘황후의 품격’(2018~2019ㆍ17.9%)을 뛰어넘는 성적이자, 김 작가의 대표작 ‘아내의 유혹’(2008~2009ㆍ37.5%)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1 최고 시청률 넘어 김순옥 대표작 #시즌제 첫 도전했으나 완급조절은 실패 #“패턴 반복, 이야기 늘어지며 힘 빠져” #학교폭력·여성학대 등 자극적 연출 논란

하지만 그 면면을 찬찬히 뜯어보면 마냥 좋아하긴 힘들 듯하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방영된 시즌 1(21부작)이 집값 1번지이자 교육 1번지로 꼽히는 헤라팰리스에서 각종 사건이 벌어지는 빠른 전개와 입체적인 캐릭터로 젊은 시청 층까지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면, 지난달 시작된 시즌 2(13부작)는 방송 내내 부정적인 반응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부상 등 새로운 방송 환경에 발맞춰 시즌제에 처음 도전하며 새로운 변화를 꾀했지만 득보다 실이 더 컸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죽었다 살아 돌아와도 “그럴 줄 알았다”

시즌 1에서 부인 심수련(이지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주단태. [사진 SBS]

시즌 1에서 부인 심수련(이지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주단태. [사진 SBS]

쌍둥이의 친모이자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인 나애교(이지아)에게도 총을 겨눈다. [사진 SBS]

쌍둥이의 친모이자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인 나애교(이지아)에게도 총을 겨눈다. [사진 SBS]

가장 큰 문제는 시청자들이 김순옥 작가의 패턴을 간파했다는 점이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김 작가의 장기라면, 시청자들은 그보다 한발 앞서 나갔다. 시즌 1에서 사망한 사람만 심수련(이지아)을 비롯해 그의 친딸 민설아(조수민)과 바꿔치기 된 딸 주혜인(나소예) 등 여러 명이지만 그들이 진짜 죽었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시즌 2에서 나애교(이지아) 행세를 했던 인물이 사실은 심수련이고, 죽은 줄 알았던 배로나(김현수)까지 살아 돌아왔지만 다들 놀라기는커녕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이미 개연성은 내려놓고 반전에 대한 재미를 기대하며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시즌 1과 전작의 패턴을 반복하면서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살인ㆍ시신유기 등 강력 사건이 한 회 걸러 한 회씩 등장하는 전개에서는 더 강한 것이 나와야 시청자들이 반응하기 마련인데 이를 위해 더 세게, 더 자극적으로 연출하다 보니 되려 더 큰 불만을 야기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즌 2 시청률 역시 1회 19.1%로 시작해 6회 26.9%까지는 꾸준히 상승했지만 후반부에는 3% 이상 떨어지면서 답보 상태에 빠졌다.

“천서진이 당하기만 하는 게 말이 되냐”

주단태에게 약점을 붙잡혀 재혼한 천서진(김소연)은 가사도우미 취급을 받는다. [사진 SBS]

주단태에게 약점을 붙잡혀 재혼한 천서진(김소연)은 가사도우미 취급을 받는다. [사진 SBS]

나애교가 심수련(이지아)라는 사실을 알아챈 로건 리(박은석). [사진 SBS]

나애교가 심수련(이지아)라는 사실을 알아챈 로건 리(박은석). [사진 SBS]

시즌 3까지 염두에 두고 제작됐지만, 완급 조절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 시즌제 드라마는 다른 사건이나 시간을 배경으로 전개되면서 이전 시즌과 연속성 및 단절성을 동시에 지니지만 ‘펜트하우스2’는 시즌 1로부터 2년이 흘렀지만 이전 이야기가 그대로 이어진다. 방영 간격도 1달 남짓이라 같은 시즌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시즌 1에서는 다양한 사건이 몰아치면서 긴장감이 유지됐는데 시즌 2로 넘어오면서 호흡이 끊기고 맥이 빠졌다”고 짚었다. 가장 결정적인 복수는 모두 시즌 3으로 미뤄놓다 보니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갑자기 달라진 캐릭터도 원성을 샀다. 천서진(김소연)은 갖은 고초 끝에 청아재단 이사장 자리에 올랐지만 주단태(엄기준)의 악행에 제대로 된 반항도 해보지 못한 채 숨죽여 살고, 양동생 민설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한국으로 온 로건리(박은석)는 복수는 뒤로 한 채 애절한 사랑꾼이 됐다. 윤 교수는 “시즌 1에서 호평받았던 천서진 같은 캐릭터조차 변화 폭이 너무 커서 공감하기 힘들어졌다. 그렇게 독한 사람이 당하기만 하는 게 말이 되냐”며 “그 때문에 핵심적인 이야기가 분산되고 산만해지는 부작용도 생겼다”고 말했다.

더 높아진 수위…방심위 민원만 530건

주단태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데 방해가 되는 인물은 가차없이 없애버린다. [사진 SBS]

주단태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데 방해가 되는 인물은 가차없이 없애버린다. [사진 SBS]

쌍둥이 남매 주석훈(김영대)과 주석경(한지현)에게도 종종 폭력을 행사한다. [사진 SBS]

쌍둥이 남매 주석훈(김영대)과 주석경(한지현)에게도 종종 폭력을 행사한다. [사진 SBS]

나날이 심해지는 학교 폭력과 가정 폭력 장면도 문제가 됐다. 시즌 1 2회에서 학생들이 과외교사를 폐차장으로 납치해 폭행하는 장면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에 해당하는 ‘주의’를 받았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시즌 1에서는 21부작 중 3회 분량이 19세 이상 시청가였지만 시즌 2에서는 13부작 중 8회로 늘었다. 특히 시즌 2의 10회에서 주단태가 트로피로 배로나의 머리를 내리찍으며 살해하는 장면과 천서진을 감금하고 채찍질하는 장면 등이 이어지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강제로 결혼한 천서진을 가사도우미처럼 부리고 잠자리를 강요하는 계약서 내용도 공분을 사면서 24일까지 방심위에 접수된 ‘펜트하우스’ 관련 민원만 530여건에 달한다.

하지만 방심위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이를 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방심위 4기 위원들은 지난 1월 29일 임기가 끝났지만 5기 임명이 늦어지고 있는 탓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펜트하우스’는 특정 장면보다도 욕망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세계관이 더 큰 문제다. 작품 전체에 어떤 범죄도 괜찮다는 정서가 깔려 있기 때문에 몇몇 회차의 시청 등급을 19세로 조정해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19세 등급이 하나의 마케팅 수단처럼 사용되는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시즌 3(12부작)은 상반기 주 1회 방송으로 알려졌으나 SBS 측은 “구체적 일정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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