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중앙선데이

입력 2021.03.27 00:26

지면보기

729호 35면

김창우 사회 에디터

김창우 사회 에디터

지난 20일 오후 11시쯤 경찰 112 상황실에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도로 한복판에 SUV 차량이 서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편도 8차로 도로의 2차로에 정차한 차량은 운전석이 텅 빈 채, 뒷좌석에 2세 남아가 잠들어 있었다. 30분 뒤 200m 떨어진 도로 반대편에서 찾아낸 운전자는 아이 친모였다. 면허취소 기준(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을 넘는 만취 상태로 배회하고 있었다. 경찰이 CCTV를 확인한 결과 안산 대부도 해수욕장에서 17㎞를 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 엄마, 경찰·소방관도 음주운전
매일 1명꼴 사망사고 이젠 끊어야

음주운전이 끊이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뿐 아니다. 지난 18일에는 현역 육군 장교가 경부고속도로 양재 나들목 부근에서 접촉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가 10㎞ 떨어진 올림픽대로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19일에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서 음주운전을 하던 현직 경찰 간부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을 치었고, 22일에는 현직 소방관이 만취 상태로 음주운전을 하다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인천에서는 올들어 세 명의 경찰관이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됐다.

음주운전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다. 2016년 이후 4년간 줄어들던 음주운전 사고가 지난해에는 오히려 증가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는 1만7247건으로 2019년보다 9.8%, 부상자는 2만8063명으로 8.1% 각각 늘었다.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음주운전 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운전자 사이에 퍼진 결과로 보고 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는 287명이다. 전년 대비 소폭(8명) 줄었지만 여전히 하루 한명 가까이 음주운전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음주운전으로 인명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일명 ‘윤창호법’ 도입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윤창호법은 2018년 카투사에서 복무 중이던 병사 윤창호씨가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2019년 마련됐다. 음주 단속 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낮추고, 처벌도 사망사고를 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하는 내용이다. 음주운전은 했던 사람이 또 하기 쉽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음주운전 재범률은 2019년 기준 43.7%에 달한다. 음주운전으로 단속된 사람의 거의 절반이 다시 적발된다는 의미다. 체감하는 처벌 수준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살인 혐의까지 적용하는 미국과 중국, 운전자뿐 아니라 술을 제공한 사람과 동승자까지 처벌하는 일본, 음주운전 적발시 한달치 월급에 해당하는 벌금을 물리는 북유럽 등과 비교하기 어렵다.

한국에서는 음주운전 전과가 한두차례 있어도 법원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지난 24일 대전지방법원은 음주운전으로 네번째 적발된 공무원에게 “앞선 세차례 벌금형 전력이 모두 오래됐고, 자백·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9월 밤늦게 치킨을 배달하던 50대 가장의 목숨을 앗아간 ‘인천 을왕리 음주사고’ 가해자들에게 최근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운전자에게 10년, 동승자에게도 윤창호법을 처음 적용해 6년을 구형했다. 앞으로 법원의 판단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머지않은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도로교통공단이 2014년부터 5년간 음주운전 교통사고 10만7109건을 분석한 결과 4월이 9365건으로 가장 많고, 10월(9356건)과 11월(9311건), 3월(9101건)이 뒤를 이었다. 따스한 봄바람에 실린 꽃향기가 마음을 달뜨게 하는 지금, 운전대를 잡기 전 ‘딱 한잔의 유혹’은 단호히 끊을 때다.

김창우 사회 에디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