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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임금·교육 낮을수록 사회적 단절 위험…동거인과 함께 사는 셰어하우스 고려해볼 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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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9호 09면

급증하는 청년 고독사

송인주

송인주

2016년 서울시가 눈에 띄는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서울시 고독사 실태파악 및 지원 방안 연구’라는 이 보고서는 2013년 서울시에서 발생한 고독사와 무연고 사망자의 형사 임장일지를 재분석해 고독사 실태를 파악한 자료다. 독거노인 고독사 소식은 언론 보도를 통해 가끔 알려졌지만 중앙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나서 고독사 사례를 전수 분석한 최초 자료다. 이후 해당 보고서는 각종 고독사 연구 논문에 기초자료로 인용되고 있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 #1인 가구, 돌봄 서비스 사각지대 #위험에 처한 사람 찾아 도와야

책임 연구를 맡은 송인주(사진)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고독사는 과거 노인 중심에서 중장년층을 지나 현재 청년층 사이에서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성별, 지역, 연령대마다 추이가 달라질 수 있다”며 “꾸준한 통계 분석을 통해 고독사를 세밀하게 유형화하면 좀 더 실질적 효과가 있는 고독사 예방 정책 설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연구위원은 당시 연구를 발판 삼아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 설계와 지자체 고독사 예방 정책 수립 등 각종 자문 활동에 나서고 있다. 현재는 서울시 고독사 현황자료와 장제급여 수급자의 고독사 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노인 고독사와 달리 청년 고독사만의 특수성이 있다면.
“청년층은 독거노인이나 고령층만큼 경제적으로 아주 위험한 집단은 아니다. 하지만 심리적 고립감과 우울증이 매우 높았다. 이유를 살펴봤더니 사회 구조적 특성과 매우 상관관계가 있게 나타났다. 이를테면 교육 수준, 임금, 고용형태 등이 낮거나 불안할수록 고립 정도가 심해지면서 사회적 단절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
1인 가구 증가도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1인 가구 대부분이 청년층이다 보니 1인 가구가 취약하다는 인식이 매우 낮다. 대체로 젊은 사람들은 건강하고 튼튼하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대표적 취약계층인 고령층 노인이나 장기요양환자, 중증 장애인들은 오히려 생활관리사나 복지사들이 지속적으로 관리해 응급 상황을 대비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평범한 1인 가구는 돌봄 서비스에 너무나 취약한 구조다.”
무조건 혼자 산다고 취약 계층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 청년 자신도 본인이 취약 계층이라고 인식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하지만 몸이 아프거나 다른 돌발변수가 나타나면 취약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혼자 사는데 당장 다리에 깁스만 해도 생활에 엄청난 불편함을 경험하지 않나. 가족이나 친구에게 도움 요청하기도 어려워하면서 그때 고립감을 크게 느낀다. 국가가 제공하는 돌봄 체계가 소득 수준이나 직계가족 유무 기준에서 가구 단위로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의 고립도도 높아진다는데.
“청년층은 일을 통해 자아 성취를 한다. 정상적인 생활 루틴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낀다. 하지만 공시생들에겐 사회 활동이 불가하니 고립이나 단절 상태가 만성화되고 굳어진다.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없으니 최소 생활여건만 갖춰진 저렴한 주거를 찾아 떠나면서 고립의 악순환이 반복돼 나타난다. 단순히 일자리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일을 통해 성취욕을 느끼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 차원의 고독사 모니터링이 제대로 안 된 이유는.
“죽음의 문제를 노인의 전유물로만 생각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2000년대 이후 초고령사회 들면서 노인 고독사를 관리해왔지만 이외 중장년층, 청년층 증가 추이에 놀라 관련 법을 뒤늦게나마 마련했다. 실무에서는 데이터를 구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수사기관에서 변사사건에 대한 원자료를 갖고 있지만 관리체계가 제각각이고 또 그걸 행정기관과 잘 공유하지도 않았다. 다음 달부터 시행하는 고독사예방법을 제정할 당시에 경찰청 자료를 쓰겠다는 조문을 넣는 게 핵심이었다.”
실태조사가 이뤄지면 그 다음 단계는.
“발굴이다. 청년고독사를 막기 위해 이런저런 복지 서비스 마련하더라도 대상자를 끌어내지 못하면 정책적으로 아무런 의미도, 효과도 없다. 관건은 네트워크 단절 위험이 큰 청년을 어떻게 발견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행정적으로 커다란 아젠다다.

이 과정에서 공적 낙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노인층과 달리 경제활동인구층은 ‘내가 왜 관리 대상이야’라며 반감도 크다. 지금까지 고독사가 변방 이슈였고 선별적 접근이었다면 보편적 정책으로 과감히 넘어가야 한다.”

비혼을 꿈꾸는 청년들이 유의 해야할 점은.
“젊은층은 동거인을 만들어 같이 생활하는 것도 당장의 대책이 될 수 있다. 셰어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젊은 세대는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독립하는데, 혼자 사는 것이 어려움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면 서로 도움이 되는 동거인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아직 우리나라 정서상 동거인 문화에 관대하지 못하다. 또 서로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동거하기도 쉽지 않고. 청년들이 나서서 대안적인 삶을 만들면 어떨까.”

김나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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