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떼아모르 "성악은 다음 단계 위한 발판, 파바로티가 롤 모델 아니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03.26 10:28

업데이트 2021.03.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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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2호 면

[유주현의 비욘드 스테이지-크로스오버 보컬 그룹 레떼아모르]

오디션 끝난 뒤에도 팀 계속 유지
JTBC ‘팬텀싱어 올스타전’ 출전
"오페라·뮤지컬 등 다 해보고 싶어"
대중음악 좋아하는 4인 4색 꿈

레떼아모르는 4월 고양과 성남, 수원에서 단독콘서트를 연다. 왼쪽부터 길병민, 박현수, 김민석, 김성식. 김현동 기자

레떼아모르는 4월 고양과 성남, 수원에서 단독콘서트를 연다. 왼쪽부터 길병민, 박현수, 김민석, 김성식. 김현동 기자

같은 노래지만 성악과 대중가요는 원래 사이가 나빴다. 1989년 가수 이동원과 국내 최초의 크로스오버곡 ‘향수’를 부른 테너 박인수는 클래식계의 거센 비난을 받으며 당시 단장 내정까지 돼 있던 국립오페라단을 나와야 했다. 2016년 ‘남성 크로스오버 4중창팀 결성’을 미션으로 JTBC ‘팬텀싱어’가 시작했을때만 해도 열악한 환경이었다. “매체에서 인기를 얻으면 클래식 무대로 돌아오지 않으니 어차피 성악 발전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성악계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고, ‘일디보’ 등 해외팀 히트곡 위주의 레퍼토리도 다채롭지 못했다.

그리고 2021년, 바야흐로 ‘크로스오버 전성시대’다. 지금 방송 중인 ‘팬텀싱어 올스타전’은 시즌1, 2, 3의 결승에 올랐던 9팀 36명이 집결한 ‘크로스오버 올림픽’이라 할 만하다. 포르테 디 콰트로·포레스텔라·라포엠·미라클라스·라비던스 등, 해외에서 활약하던 정통 성악가부터 뮤지컬 배우, 록커, 국악인까지 사이좋게 어우러져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그중 시즌3에서 3위를 했던 레떼아모르가 눈길을 끈다. 이전 시즌의 3위 팀들은 각자 개인 활동만 하다가 오랜만에 모였지만, 레떼아모르는 팀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4월 첫 단독콘서트 투어를 시작하고, 앨범 녹음도 한창이다. 뮤지컬 ‘레베카’ ‘닥터 지바고’ 앙상블이 무대경력의 전부인 배우 김성식(32)과 중앙음악콩쿠르 우승자 출신인 테너 김민석(31), 팝페라 가수로 활동해온 바리톤 박현수(28), 그리고 영국 로열오페라단에 사표를 내고 온 것으로 유명한 베이스바리톤 길병민(27)은 배경도 개성도 제각각이었지만 “운명적인 만남을 이어가기로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레떼아모르는 4월 고양과 성남, 수원에서 단독콘서트를 연다. 왼쪽부터 박현수, 길병민, 김성식, 김민석. 김현동 기자

레떼아모르는 4월 고양과 성남, 수원에서 단독콘서트를 연다. 왼쪽부터 박현수, 길병민, 김성식, 김민석. 김현동 기자

“오디션이란 게 날것이더군요. 3위에겐 보장된 미래가 없었어요. 감사하게도 팬들이 저희 팀을 사랑해주신 덕분에 소속사 제안을 받게 됐죠. 결국 우리 선택이었지만, 운명처럼 느껴졌어요.”(병민) “선배들이 발판을 잘 닦아주셔서 저희가 수월하게 방향을 정할 수 있었던것 같아요. 개인 활동도 하면서, 어벤져스처럼 모여 큰 힘을 내보자고 도모하게 된 거죠.”(성식)

쟁쟁한 입상팀이 모두 모인 올스타전은 탈락자가 없으니 보는 이에겐 긴장감이 덜하지만, 출연자 입장은 정반대란다. 완성된 팀들끼리 매번 “자존심을 건 대결”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저흰 아직 신인이니까요. 개성 뚜렷한 선배, 동료들 사이에서 퀄리티 있는 무대를 보여드리려면 정말 사력을 다해야 하죠.”(성식)

“오히려 경연 때보다 더 타이트하게 시간을 보내요. 그때는 각자도생이었다면, 이번엔 시작부터 끝까지 팀으로서 정체성과 여러 가지 매력을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타이틀 자체가 ‘자존심을 건 빅매치’라 압박감도 있고요.”(병민)

이들이 스스로 꼽는 베스트 무대는 케이윌 원곡의 ‘내 생애 아름다운’이다. 레떼아모르의 색깔이 가장 잘 배어나온 무대라서다. “저희가 처음 부른 가요였거든요. 다른 곡보다 따뜻하고 편안하게 접근한 무대였는데, 방송 보면서 우리 모습이 너무 좋아 보였어요. 우리 팀이지만 너무 따뜻해서 울컥했죠.(웃음)”(현수) “그게 저희 색깔인 것 같아요. 오래 들어도 질리지 않는 편안함? 그런 색깔로 가고 싶습니다.”(민석) “이번에 새삼 느낀 점이 있어요. 색깔이 강한 팀도 있지만 우리는 ‘연애편지’라는 팀명처럼 로맨틱하고 다정한 음악에 강점이 있다는 거죠.”(병민) “저희 상징색이 블루거든요. 한강도 늘 가서 보면 기분 좋고 힐링이 되잖아요. 흐르는 강물처럼 편안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현수)
하지만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봐도 아름다운 노래 뒤에는 으레 피 튀기는 싸움이 있다. 전공자들은 입시를 위해, 콩쿠르 입상을 위해 살벌한 경쟁을 벌인다. TV음악 프로그램도 경쟁 일색이다. 각자 다른 매력을 어필하지만 결국 승부를 가려야 한다. 이들도 그런 살벌한 과정을 거쳤지만, 어딘지 경쟁을 초월한 사람들 같아 보였다. “성악과 내에서 보이지 않는 기싸움이 있긴 하죠. 그런데 저는 질투 같은건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신경 쓰지 않았어요.”(민석) “인생이나 예술이나 경쟁을 피해갈 순 없잖아요. 저도 학창 시절엔 열등한 쪽이었지만, 스스로 재능 발현을 위한 자기와의 싸움으로 승화시킨 것 같아요. 올스타전에서도 많이 배우고 있죠. 뛰어난 분들 무대와 비교하며 우울해 할 게 아니라, 그걸 다 내 것으로 흡수해 버리면 되잖아요.”(병민) “고등학교 때도 1, 2등끼리 싸움은 치열하지만 아래 있으면 편하잖아요.(웃음) 어쨌든 음악, 노래를 한다는 건 많은 사람을 위로하는 일인데, 치열한 경쟁심 같은 건 노래에 묻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려서부터 그런 마음 안 가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현수)

왼쪽부터 길병민, 박현수, 김민석, 김성식.

왼쪽부터 길병민, 박현수, 김민석, 김성식.

연애편지처럼 로맨틱한 노래 할 것 

시즌3 때부터 ‘블렌딩 맛집’으로 통하던 레떼아모르는 한목소리를 내는 팀은 아니었다. 흔히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면 하나로 뭉쳐 들리곤 하는데, 이들은 달랐다. 유튜브 촬영을 위해 노래 한 소절을 부를 때도 네 가지 보이스가 다 살아서 귀에 꽂혔다. 목소리 뿐 아니라 사람도 그랬다. “각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팀”(민석)이라는 말대로, 굳이 ‘우리는 하나’라고 주장하지 않고 ‘따로 또 같이’ 시너지를 내는 이상적인 동반자로 보였다.

“방송 초기엔 좀 어색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팀을 짜서 형제가 되면서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는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아무래도 비전공자인 제가 도움을 가장 많이 받았죠.”(성식) “가요 발성이나 감정 표현은 오히려 형한테 배워요. 잘하는 파트를 서로 배워가는 게 저희 장점인 것 같아요.”(현수) “크로스오버라는 장르 속에 4명의 주특기가 다르니까요. 요리사가 한식도 중식도 다 잘할 수 없잖아요. 자기 개성 살리면서 서로의 능력치를 공유하니 같이 성장할 수 있죠.”(병민)

레떼아모르를 통해 새삼 알게 된 건 성악 전공자들이 꼭 성악가를 꿈꾸는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그저 ‘대중음악을 좋아하는 소년’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로열오페라라는 라벨 때문에 애초부터 제가 파바로티를 보며 자랐을 거라고 생각들 하는데, 사실 저는 비와 신화를 보면서 가수를 꿈꿨어요. 엄청난 에너지와 퍼포먼스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 노래를 시작했고, 그 근본이라 생각해서 성악을 택했죠. 그렇다고 업을 바꾼 것도 아니고, 지금 이렇게 공존할 수 있는 필드가 주어진 게 너무 즐거워요.”(병민) “성악과를 나왔지만 오히려 성악곡은 부담스러웠어요. 성악은 늘 그 다음을 위한 발판이라 생각했거든요. 원래 꿈이 팝페라 가수였는데, 예술이란 게 일단 클래식을 마스터한 후에 색깔을 찾는 거라 생각해서 성악을 한 것이죠. 그런데 팀활동을 하면서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어요. 병민이가 자꾸 제 발성이 화려하고 좋다고 하거든요.(웃음) 그래서 성악에 대한 욕심이 더 생겼고, 기회가 주어지면 자신있게 해보려구요.”(현수)

4월부터 단독콘서트 투어 나서 

이들은 4월 고양과 성남, 수원 등 경기도를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다. 첫 단독콘서트를 어떻게 꾸미고 있을까. “팬들이 얼마나 기다리셨을까요.(웃음) 사실 걱정도 많이 돼요.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좋아하실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아프네요.(웃음)”(민석) “요즘 저희 메인 스케줄이 음반 녹음이거든요. 콘서트때 한 곡이라도 들려드리려고 열심히 달리고 있죠.”(성식) “각자 솔로도 부를 거예요. 경연 1차전이 개인전이었는데, 각자 준비한 곡들 중에 방송국이 최종 선택한 곡을 불렀었거든요. 그때 못 부른 곡들을 부를 겁니다. 처음 그 곡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뭘 불렀을지 궁금하시죠. 콘서트장에서 뵐께요.(웃음)”(병민)

“4월에 오페라 갈라콘서트도 있다”(민석·병민) “롤모델인 조승우를 닮아가기 위해 무대와 매체를 부지런히 오가겠다”(성식) 등 각자 개인 활동 계획을 얘기하는 와중에 27일 솔로 콘서트를 연다는 박현수의 포부가 인상적이었다. “나는 롤모델이 없고, 누군가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면서, 솔로 콘서트가 어떤 장르냐는 물음에도 “장르가 박현수”라고 했다. 음악 뿐 아니라 조향에도 관심이 있고, 가수라는 틀에조차 갇히지 않는 ‘아티스트 박현수’로 열어두고 싶다는 말에 ‘크로스오버 전성시대’임이 새삼 실감났다.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아티스트의 다양한 면모를 듣는 사람도 열린 마음으로 수용하는, 그런 시대가 지금인 것 같다.

유주현 기자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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