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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연체율 하락? 한은 “정부지원이 신용위험 가린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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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빠르게 불어나는 가계와 기업의 빚에 대해 한국은행이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빚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금융 불균형이 확대할 가능성 때문이다. 한은은 각종 지표에서 나타나는 금융 건전성이 실제 신용위험을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출 감소, 대출 증가와 결 달라 #자영업·중소기업 지원 중단되면 #폐업 속출, 금융 부실 커질 우려

한은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대출은 큰 폭으로 늘었지만 매출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따라서 대출의 부실 우려가 커졌는데 가계대출 연체율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지난해 1분기 10%에 이어 지난해 4분기 17.3%로 확대했다. 자영업자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5.5%에 이어 지난해 4분기 -4.6%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반면 가계대출 연체율(지난해 말)은 은행 부문이 0.2%, 비은행 부문이 1.45%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은행(-0.06%포인트)과 비은행(-0.25%포인트)에서 모두 연체율이 하락했다.

자영업 고위험가구

자영업 고위험가구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신용위험이 그대로 드러나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금융 지원이 항구적으로 지속할 수 없는 만큼 (건전성 지표와 실제 신용위험의) 괴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지원조치 등이 종료되는 시점에 취약 부문을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가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 지원으로 간신히 버티는 한계 자영업자나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은 상황인데 언젠가 정부가 지원을 중단하면 자영업자 등의 폐업이 속출하면서 금융회사의 부실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가계가 버는 돈에 비해 가계 빚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고 보고 있다. 가계 부채는 지난해 말 1726조1000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7.9% 늘었다. 금융회사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말 1359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5.3%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2019년(전년 대비 9.1%)보다 증가 폭이 확대했다.

지난해 말 가계부채를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비율은 175.5%(추정)였다. 예컨대 가계가 세금이나 사회보험료 등을 빼고 100만원을 벌었다면 가계부채는 175만5000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1년 전보다 13.2%포인트 올랐다.

한은은 부동산과 증시 등으로 돈이 움직이면서 자산 거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733조3000억원이었다. 전달보다 6조4000억원 늘었다. 지난 1월(5조원)과 비교하면 월간 증가 폭이 1조4000억원 확대했다. 전반적인 금융 안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금융안정지수는 지난해 4월 23.9까지 높아졌다가 지난달에는 8.9까지 낮아졌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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