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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다리 아예 감각 잃은 나발니…"진통제 두 알만 주더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교도소에 수감 중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4)가 급격한 건강 악화로 거동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변호인 측이 주장했다. 나발니는 지난 2월부터 러시아 파크로프시의 제2 교도소(IK-2)에 수감 중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 교도소에 수감된 알렉세이 나발니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식을 전했다. 삭발 상태인 그는 교도소가 감시카메라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러시아 교도소에 수감된 알렉세이 나발니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식을 전했다. 삭발 상태인 그는 교도소가 감시카메라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변호인단은 이처럼 나발니의 건강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교도소 측이 접견을 갑자기 금지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나발니는 지난주 접견에서 심한 허리 통증을 호소했다. 한쪽 다리는 아예 감각이 없어 일어서거나 걸을 수 없는 상태라는 설명이다. 또 교도소 측에 통증을 호소했지만 신경과 전문의로부터 소염진통제인 '이부로펜' 2알을 처방받은 게 전부라고도 했다.

변호사 올가 미하일 로바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4일 예정된 접견은 사전 통보 없이 무산됐고 이후 접견 신청이 모두 거부되고 있다"고 말했다. 나발니가 이 수용소에 구금된 이후 매일 접견했다는 변호사 바딤 코브젭은 "접견이 거부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교도소가 나발니의 건강 상태를 숨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20일 러시아 바부슈킨스키 구역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나발니. [AP=연합뉴스]

지난 2월20일 러시아 바부슈킨스키 구역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나발니. [AP=연합뉴스]

나발니의 측근인 레오니드 볼코프도 페이스북에 "나발니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교도소 의무실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나발니 반부패재단 마리아 페브치크 수사본부장도 "건강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생명이 위험한 상태로 판단된다"며 즉각 접견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교도소 측은 접견 금지 이유에 대해 "보안 조치"라고만 답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나발니는 2014년 사기죄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월 법원은 그가 집행유예에 따르는 의무를 위반했다며 판결을 취소하고 실형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8월 독극물 테러를 당해 독일에서 치료받고 귀국한 직후였다. 나발니는 독극물 테러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개입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나발니는 지난 15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수감 생활의 고통을 호소했다. 삭발한 모습의 사진을 공개하며 교도소 생활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모든 곳에 카메라가 있어 감시당하며, 사소한 규칙 위반도 바로 보고된다"며 "잠든 수용자들을 1시간마다 깨우는 날도 있다"고 적었다.

나발니가 수감된 러시아 파크로프시의 제2 교도소(IK-2). 수감자들에게 가혹하기로 악명높다.[AP=연합뉴스]

나발니가 수감된 러시아 파크로프시의 제2 교도소(IK-2). 수감자들에게 가혹하기로 악명높다.[AP=연합뉴스]

그러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미래 디스토피아 사회를 그린 소설 1984를 그대로 경험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나발니가 수감된 제2 교도소는 '러시아 최악의 4개 교도소'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주로 정치범이 수용돼 있는데 수감자를 정신적·육체적으로 학대한다는 의혹도 제기돼 왔다.

이곳에서 1년 이상 수감됐던 러시아 야권 운동가 콘스탄틴 코토프는 지난 16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교도소를 "자유 없이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곳", "수감자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는 곳"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교도소에서 다른 수용자와 대화를 할 수 없고,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서 있는 등의 학대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또 교도소 직원의 이름을 강제로 외우게 하는 등 정신적 괴롭힘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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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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