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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80% 빚 갚는데 쓴 LH 직원…"대출 규제 없어 땅투기 생긴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사태에 대해 최초 고발자인 참여연대가 "정부가 대출 규제만 잘했어도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16일 오후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인 세종시 연서면 일원에 일명 벌집형태의 조립식 건축물과 묘목이 심겨있는 등 땅투기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6일 오후 세종시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예정지인 세종시 연서면 일원에 일명 벌집형태의 조립식 건축물과 묘목이 심겨있는 등 땅투기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참여연대가 25일 발간한 이슈리포트 '가계부채 폭증 방치한 정부 대응의 문제점'에 보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금융의 기본 원칙이 지켜졌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애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적혀있다.

정부는 과도하게 빚을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을 막기 위해 개인이 부채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지 소득과 함께 비교하는 'DSR' 개념을 강화해왔다. 대출 심사 때 차주(대출을 받는 사람)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하는 데 사용했는데,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카드론을 포함한 모든 금융권 대출 원리금 부담을 반영한다.

참여연대는 이달 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폭로한 LH 직원들의 시흥시 과림동·무지내동 일원 투기 의혹 사례에 해당하는 필지 11건과 담보대출 정보를 분석한 결과 평균 DSR이 81%에 달했다고 밝혔다.

2019년 기준 LH 직원의 연봉 실수령액이 4354만원이라고 가정하면 20년 만기로 연이율 3% 대출을 받았다고 볼 때 연봉의 81%인 3527만원을 채무 상환에 써야 하는 셈이다. 어떤 직원은 DSR이 144%에 달해 연봉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대출을 받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소득 이상 대출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토지거래가 아닌 시세차익을 위한 투기행위라고 판단된다"며 "대출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만기가 5∼10년이거나 다른 대출이 있다면 DSR 수치는 더 치솟을 것"이라며 "차주별 DSR 40%를 전면 적용했더라면 위와 같은 LH 직원 및 농지를 이용한 외지인들의 과잉대출을 통한 투기 시도는 원천 봉쇄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와 연소득이 8000만원을 초과하면서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는 경우에 'DSR 40% 준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DSR 40% 적용 대상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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