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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백신 횟수·비율 1위…美·이스라엘 비결은 ‘데이터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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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코로나19 백신 전쟁의 숨은 무기는 빅데이터와 IT 기술이었다. 전세계 백신 접종 비율·횟수에서 각각 선두를 달리는 이스라엘과 미국에서 확인된 바다. 의료진이나 백신 수급 뿐 아니라, 데이터 활용 능력이 ‘국력 시험대’에 올랐다.

무슨 일이야

· 24일 현재 전세계 인구의 6%가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가운데(영국 옥스퍼드대학 데이터연구센터), 인구의 52%가 접종을 완전히 마친(2회차) 이스라엘과 전 세계 접종 횟수의 28%를 차지하는 미국에 관심이 모아진다.
· 이스라엘과 미국은 백신을 선제적으로 확보했을 뿐 아니라, IT 인프라와 데이터분석 시스템을 통해 '백신 효과'를 끌어올리고 있다. 접종 대상자를 파악해 지역별 유통과 재고를 관리하며, 부작용 사례와 효과까지 분석한다.

100인당 백신 접종 횟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100인당 백신 접종 횟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접종률 1위’ 이스라엘의 비결

인구당 접종 횟수가 가장 많아, 전 세계에서 집단 면역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 블룸버그는 “기술에 정통한 의료 시스템 덕”이라고 원인을 짚었다.

① 전국민 의료 데이터의 힘
· 백신 접종 시작(지난해 12월 20일) 3개월 만에 900만 인구의 52%가 2회 접종을 마쳤다. 특히 위험군인 중노년층의 접종률이 높다. 이스라엘 보건부에 따르면 50대의 79%, 60대의 83%, 70대의 93%, 80대의 90%가 접종을 완료했다(2회). 접종자들은 증명서인 ‘그린 패스’를 받아 음식점·공연장(최대 1500명)도 갈 수 있다.
· 속도전의 비결은 전 국민 의료 데이터베이스(DB)다. 이스라엘 전 국민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4개 보험기구 중 하나에 의무 가입하며, 국가가 의료 데이터를 관리한다. DB에 기반해 접종자 파악이 빠를 뿐 아니라 알레르기·기저질환과 관련도 함께 살필 수 있다. 이스라엘 매체 칼칼리스트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의료 기록이 DB로 있어, 빠른 접종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② 기꺼이 택한 '테스트베드'
· 화이자가 다른 나라를 제치고 이스라엘에 백신을 최우선 공급한 이유 중 하나가 의료 데이터다. 이스라엘 접종자 전수의 백신 효과와 부작용, 연령·성별·병력에 따른 항체 생성 시간 등 데이터를 제공받기로 했다. 지난 1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화이자와의 합의 내용을 공개하며 “우리의 의료시스템이 세계에서 앞서 있어 가능했다”고 했다.
· 민감한 의료정보라, 연령·성별 외에 신원을 특정할 정보는 제공 대상에서 뺐다. 목적도 코로나19 연구에 한정했다. 지난달 국제 학계에 발표된 ‘화이자 백신 2회 접종하면 코로나19를 95.8% 예방한다’는 결과도 이스라엘 데이터를 분석해 나온 것이다.

지난 9일 이스라엘 정부는 백신 접종증명서인 '그린 패스' 소지자가 음식점과 카페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사진 AFP=연합뉴스

지난 9일 이스라엘 정부는 백신 접종증명서인 '그린 패스' 소지자가 음식점과 카페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사진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연령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스라엘 연령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접종횟수 1위’ 미국의 비결

미국은 국토가 넓고, 민영보험 체계다. 일사불란한 접종이나 의료 데이터 활용에 유리한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의료 빅데이터 관리 체계와 분석 기술이 빛을 발했다.

① 행정 어려움, 기술이 메운다 
·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데이터분석 기업 SAS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지역별 코로나19 전염 속도와 백신 접종 대상자를 파악해 접종을 최적화한다. 유통이 까다로운 백신을 적재적소에 보내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다. 지난 22일 하루에만 미국에서 249만 명이 백신을 맞았다.
· 미 CDC와 식품의약국(FDA)이 공동 활용하는 ‘백신 부작용 보고 시스템’(VAERS)에도 SAS의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적용된다. 의료 종사자들이 백신 접종자의 부작용 의심 사례를 VAERS에 기록하면, CDC와 FDA가 빅데이터 분석 도구로 이상 반응의 원인을 찾아낸다. 이 데이터는 개인정보를 지운 상태로(비식별화) 인터넷에 공개돼, 누구나 연구에 사용할 수 있다.

② ‘백신 음모론’ 특효약은 데이터
· 미 CDC는 지난달 ‘백신 첫달 안전 보고서’를 웹사이트에 올렸다.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 1월 중순까지 보고된 모든 부작용을 분석해, 바로 다음달 공개한 것이다. VAERS에 접수된 데이터를 SAS솔루션으로 분석했다.
· 첫 달 1379만 회 백신 접종 후 6994건의 부작용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중증 부작용 비율은 0.004%, 사망률은 0.0008%로 드러났다. CDC는 부작용 사례의 성비와 증상별 비율, 어느 회사의 백신인지도 투명하게 공개했다.

한국은 어떤가

전 국민이 국민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해 있고, 모든 진료 기록(비급여 제외)이 보관돼 있으며, 전 국민의 식별값인 주민등록번호가 전산화 돼 있다. 유리한 조건을 갖췄지만, 예산과 법의 문제가 있다.

· 감염병에 대한 국가예방접종시스템이 있지만, 코로나19는 백신 종류와 횟수가 다양해 별도의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위한 예산이 지난 1월에야 확보됐다. 질병관리청은 부랴부랴 용역 발주를 했다. 낙찰가 14억9000만원에 중소 IT업체가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올해 11월 완성된다. 질병관리청 담당자는 “30억원 이상의 국가 사업은 중소업체만 맡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진흥법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전까지는 기존의 국가예방접종시스템을 약간 개조해서 쓴다. 누가 예진했고 어디서 언제 접종했는지 등을 등록하고 있다.
· 한국의 의료 DB는 이스라엘 못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시스템에 개인별 의료기록이 다 있다. 그러나 국가예방접종시스템와 건보공단 데이터는 연계되지 않는다. 혹시 지금 먹는 약 때문에 접종이 불가능하지 않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예진 때 의사가 의약품사용정보시스템(DUR)을 수동으로 열고 환자 정보를 입력해 확인해야 한다.
· 국가예방접종시스템과 건보공단의 의료 빅데이터를 연동해 공공보건연구에 활용하자는 논의는 수년 전부터 나왔다. 정부가 정책연구도 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질병청 예방접종관리과는 “개인정보보호법 상 처리 절차와 방법 등의 문제가 있고, 시민단체 등의 이견으로 구체화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서현·황수연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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