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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백신 주사기 바꿔치기? 황당한 논란 부른 3가지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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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맞은 백신 주사를 ‘바꿔치기’ 했다는 의혹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번지자, 방역당국이 강력히 부인하고 나섰다. 경찰은 관련 허위 글에 대한 내사를 시작했다.

의혹의 핵심은 지난 23일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맞은 코로나19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AZ)가 아닌 화이자나 제3의 제품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공개된 접종 장면 영상에 약병에서 주사액을 빨아들인 주사기가 접종 직전 가림막 뒤에서 나올 땐 없던 뚜껑이 씌워져 있었던 점이 근거다.

이에 대해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4일 “접종 공개장면 촬영 때 준비시간 등이 필요해, 주사기 오염방지를 위해 뚜껑을 씌운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방대본은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① 文 대통령 화이자 맞았다?

의혹을 제기한 측에선 문 대통령 내외가 AZ 백신 아닌 화이자를 맞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Z 백신은 65세 이상 효과성 논란에 이어 최근에는 희귀혈전 생성 논란까지 터졌다. 이후 “화이자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 아니냐”는 인식이 일부 퍼져 있다.

하지만 종로구에 따르면 보건소 안에 화이자를 넣어둘 초저온 보관시설이 없다. 화이자 백신은 유통·보관이 까다롭다. 영하 70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화이자 접종을 위한 별도의 예방접종센터를 운용하는 이유다. 지난달 26일 국내에 수입된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은 각 센터 등으로 나눠진 상태다. 보건소 쪽으론 한 병도 전달되지 않았다고 한다.

만일 화이자를 맞았다면, 2차 접종 일도 차이가 난다. AZ나 화이자 모두 두 번 맞아야 하는데 접종 간격이 서로 다르다. AZ는 10주, 화이자는 3주다. 방역당국은 교차 접종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종로구 관계자는 “백신을 바꿔치기하려면 (화이자를 몰래 접종센터에서 반출한 기획자부터) 실제 백신을 놓는 직원까지 서로 결탁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한 일이냐”며 “그저 황당할 뿐”이라고 말했다. ‘눈’이 많다는 의미다.

화이자 백신 보관소 자료사진.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화이자 백신 보관소 자료사진.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습니다. 뉴스1

② 의심받는 가림막

AZ는 한병에 최대 11명까지 맞을 수 있다. 약병에서 주사액을 빨아들이는 것을 ‘소분’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소분한 주사기가 가림막 뒤에서 나올 때 갑자기 뚜껑이 씌워져 있는 게 카메라에 잡혔다. 이 때문에 가림막 너머에서 바꿔치기가 이뤄지지 않았겠냐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호흡기내과 교수는 “파티션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외국은 이런 가림막 안 쓴다”며 “감염 우려 때문에 조심스럽게 하려 파티션을 놓은 것 같은데 그게 없었으면 (접종과정을) 다 볼 수 있었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보건소 2층 접종실 내 가림막으로 전부터 있던 것”이라며 “(접종 때) 어깨가 드러난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시민들이 있어 가림막을 설치하게 됐다. 원래는 그 안에서 의료진과 접종 대상자가 나란히 앉아 접종한다”고 설명했다.

③ 주삿바늘 리캡

의혹이 제기된 이후 접종 과정에서 주삿바늘에 뚜껑을 다시 씌우는 게 맞는지 아닌지가 한창 논란이다. 복수의 의료계 전문가들은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입을 모은다. 역시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는 “주사기로 바이알(약병)을 찌른 뒤 (소분하고) 바로 접종하는 게 정상”이라며 “캡을 다시 씌울 때 바늘이 캡 표면에 닿으면 오히려 오염 가능성이 커진다. 그 과정에서 또 의료진이 바늘에 찔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뚜껑을 다시 끼는 과정에서 자칫 주삿바늘이 휠 수도 있는 ‘니들 인저리’가 발생할 수 있어 감염관리 관점에서 권고하지는 않는다(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고 한다.

반면, 고재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위기소통팀장은 24일 기자단 설명회에서 “통상적이라면 (의료진이) 앉아 있는 상태서 바로 주사기로 옮겨서 접종하는데 (접종 장면 공개를 위한) 촬영준비 기간이 있어 주사기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주사액 소분 후) 캡을 씌웠다”며 “이후 접종 직전 벗긴 것”이라고 말했다.

리캡은 상황에 따라 의료진이 판단한다는 게 질병청 설명이다. 홍정익 방대본 예방접종기획팀장은 “‘씌워야 한다’ ‘안된다’ 특별하게 정해둔 게 있는 게 아니다. 간호사의 (접종)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손이 두 개다. 손이 자유로우면 바로 접종해도 된다. 하지만 다른 작업을 해야 할 경우에는 (그 사이) 오염되면 안 되니 캡을 씌운다”고 말했다.

김민욱·황수연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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