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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바인' 악몽 여전한데 또…총기난사 집중된 美 콜로라도

중앙일보

입력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국 콜로라도 볼더의 식료품점 앞에 마련된 추도 조형물에 시민들이 23일(현지시간)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대규모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국 콜로라도 볼더의 식료품점 앞에 마련된 추도 조형물에 시민들이 23일(현지시간)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총격 참사가 일어난 미국 콜로라도에서는 대규모 총기 사고가 유독 잦다. 특히 1999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격 사건이 일어났던 컬럼바인 고등학교는 이번 사건 현장과 40㎞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99년엔 다큐도 제작된 컬럼바인 고교 사건 #오로라 영화관 관객에 총 난사, 70명 사상 #22일 식료품점 사건으로 경찰 등 10명 숨져 #바이든, 규제 법안 촉구했지만 결과 불투명

지역 매체인 덴버포스트의 2019년 분석에 따르면, 인구당 대규모 총기 사고 발생 건수 면에서 콜로라도는 미국 내 상위 5개 주에 꼽힌다. 컬럼바인 사건 이후로만 사상자가 120여명에 달한다.

워싱턴포스트는 23일(현지시간) 최근 콜로라도의 공공장소에서 4명 이상 희생자를 낸 총격 사건들을 정리했다.

1993년 처키치즈 사건

12월 14일 대형 패밀리레스토랑 체인인 처키지즈(Chuck E. Cheese)에 한 남성이 들이닥쳐 총을 난사했다. 4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다쳤다. 희생자 가운데에는 10대도 많았다. 총격범에게는 사형이 선고됐지만, 이후 콜로라도주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되면서 종신형으로 바뀌었다.

1999년 컬럼바인 고교 사건

1999년 4월 미국 콜로라도 컬럼바인 고교 총격 사건 당시 충격에 빠진 학생들이 인근 도서관에 마련된 대피소로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99년 4월 미국 콜로라도 컬럼바인 고교 총격 사건 당시 충격에 빠진 학생들이 인근 도서관에 마련된 대피소로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명의 학생이 1999년 4월 20일 학교에서 사제 폭탄을 터뜨리고, 학생과 교사를 향해 무차별 사격을 한 사건이다. 12명이 숨지고, 24명을 다쳤는데, 총격범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이 사용한 총은 인근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것이었다. 21세가 넘어야 살 수 있는 반자동 소총도 들고 있었는데, 다른 성인에게 돈 주고 부탁해 산 것이었다. 이 사건 이후 미 전역의 학교에선 총격범이 나타났을 때를 대비한 비상 훈련을 하고 있다.
2002년 마이클 무어가 이 사건을 바탕으로 '볼링 포 컬럼바인'이란 다큐멘터리를 찍었다. 영화가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컬럼바인은 미국 총기 사고의 대표 사례가 됐다.

2001년 북클리프 공원 사건

42살의 한 조현병 환자가 캠핑 공원에서 총을 쏴 4명이 죽고 3명이 다쳤다. 곧장 경찰에 체포됐지만 정신 감정을 통해 무죄 판결이 났고, 이후 병원에 감금됐다.

콜로라도의 대형 총격사건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콜로라도의 대형 총격사건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2007년 선교센터·교회 사건

24살의 총격범이 자신이 다녔던 선교센터와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유명 대형교회인 뉴라이프교회를 차례로 들러 총을 쏴 4명을 죽이고 5명을 다치게 했다.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2년 오로라 영화관 사건

2012년 미국 콜로라도 오로라의 한 영화관에서 총기를 난사해 12명을 숨지게 한 제임스 홈즈. 체포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AP=연합뉴스]

2012년 미국 콜로라도 오로라의 한 영화관에서 총기를 난사해 12명을 숨지게 한 제임스 홈즈. 체포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지역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AP=연합뉴스]

컬럼바인 고교 사건과 함께 콜로라도 지역 최악의 총기 사고로 꼽히는 사건이다. 2012년 6월 20일 24살의 남성이 오로라의 한 영화관에 중무장하고 나타났다. 당시 막 개봉한 배트맨 시리즈를 보기 위해 모여 있던 관객에게 총을 난사해 12명이 숨지고 5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경찰에 체포된 범인은 법정에서 300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016년 올란도 나이트클럽 총격 사건 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총기 사고였다.

2021년 킹 수퍼스 식료품점 사건

그리고 가장 최근인 지난 22일 콜로라도 볼더의 식료품점 체인 킹 수퍼스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아흐마드 알리사라는 21세 남성이 범행 엿새 전 경량 반자동 소총 AR -15를구입했다. 식료품점에서 총을 난사하면서 경찰 한 명을 포함한 10명이 숨졌다.

바이든 "총기 규제는 미국인 생명 구할 문제"

조지아 애틀랜타에 이어 콜로라도 볼더까지, 일주일 사이 대규모 총격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미국 내에서 이참에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3일 백악관 연설을 통해 "생명을 구할 상식적인 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1분도 더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회에 당장 행동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하원이 더 강력한 총기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하원이 더 강력한 총기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FP=연합뉴스]

올 초 전국총기협회(NRA)는 파산신청을 냈고, 뉴욕 검찰의 조사도 받고 있다. 민주당에선 이렇게 NRA의 세력이 약해져 있을 지금이 총기제도 개혁의 적기라고 여기고 있다고 정치매체 더힐이 전했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역시 "과거의 상원과는 다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실제 총기 규제안이 상원을 통과되려면, 보수 성향의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10명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해 결과는 불투명하다고 더힐은 전망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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