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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만큼 성장한 동생 시몬스, '30년 1위' 에이스 꺾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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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시몬스가 경기도 의정부시에 문을 연 '시몬스 맨션' [사진 시몬스]

시몬스가 경기도 의정부시에 문을 연 '시몬스 맨션' [사진 시몬스]

침대업계 2위인 시몬스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에이스침대를 바짝 뒤쫓고 있다. 지난 30년간 1위 자리를 지켜온 ‘형님’ 회사가 ‘아우’의 반격에 어떻게 대응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23일 시몬스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2715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늘었다. 에이스 침대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4.4% 증가한 2895억원. 두 회사의 매출 격차가 2019년 736억원에서 2020년 180억원으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시몬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침대업계 1위 등극을 눈앞에 뒀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장남은 에이스침대, 차남은 시몬스  

업계 1·2위 대결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들이 ‘형제 기업’이기 때문이다. 1963년 안유수 회장이 설립한 에이스침대는 1980년대 미국 침대업계 1위인 씰리와 기술 제휴를 계기로 국내 침대업계에서 1위에 올라섰다. 제휴를 중단한 1990년대 들어서는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TV 광고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에이스침대가 시몬스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93년 미국 시몬스침대의 한국 법인이 갖고 있던 상표권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이후 시몬스는 2001년부터 안 회장의 차남인 안정호 사장이, 에이스침대는 2002년부터 장남 안성호 사장이 대표를 맡아 이끌고 있다. 현재 비상장기업인 시몬스의 지분은 안정호 대표가 100% 보유하고 있으며 에이스침대와 별도의 지분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 시몬스는 최근 2년간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며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에이스침대를 맹추격하고 있다.

시몬스, 프리미엄 전략으로 추격전 

지난해 시몬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이 회사의 프리미엄 제품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서울 여의도에 문을 연 ‘더현대 서울’에서 시몬스는 개점 이후 약 3주 동안(2월 24일~3월 21일) 매출 11억여 원을 기록했다. 이 백화점에 입점한 침대가구·라이프스타일 업종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시몬스 매장에서는 지난 2월 한달간 매출 7억원을 올렸다. 1000만~2000만원대 제품인 ‘뷰티레스트 블랙’의 경우 지난해 이 매장에서 상반기 5억원, 하반기 1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시몬스 관계자는 “지난해 1000만원 이상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 수가 6500명으로 전년대비100% 가량 늘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편안한 수면환경을 위해 고가의 침대를 구매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공격적 출점으로 매출 급성장  

공격적인 출점도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시몬스는 본사가 대리점의 임대료, 관리비, 인테리어 비용, 진열 상품 구매비 등 매장 운영에 드는 비용을 100% 지원하고 점주는 판매수수료를 가져가는 방식의 ‘시몬스 맨션’을 운영 중이다. 이 같은 방식의 매장이 현재 전국 38곳에 있으며 올해 20여곳을 추가 개설할 예정이다.

에이스침대 더현대 서울점 매장 [사진 에이스침대]

에이스침대 더현대 서울점 매장 [사진 에이스침대]

다만 이 같은 출점 방식은 시몬스의 영업이익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시몬스의 영업이익은 147억원, 영업이익률은 5.4%에 그쳤다. 시몬스 맨션을 출점하며 임차료로 90억원을 지출했고 250여 명의 신규 인력을 고용하며 인건비 지출도 전년보다 100억원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반면 에이스침대는 지난해 1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김성준 시몬스 전략기획부문장은 “시몬스 맨션을 하나 출점할 때마다 평균 5억원의 선투자 비용이 발생한다”며 “이는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매출 상승에 고무된 시몬스와 달리 에이스침대는 실적이 부각되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가족이 침대업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비난을 우려한 것이다. 이들 업체의 관계자는 “두 회사의 점유율을 합쳐도 40퍼센트대에 그친다”고 밝혔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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