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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숫자의 착시…하루 3~4시간 근무자 200만명 첫 돌파

중앙일보

입력

하루 일하는 시간이 서너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취업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월 근로 시간이 주 1~17시간인 취업자 수가 212만5000명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8만9000명(9.7%) 증가했다. 2월 기준으로는 처음 2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성동구청 희망일자리센터에 마련된 취업게시판을 한 시민이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성동구청 희망일자리센터에 마련된 취업게시판을 한 시민이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월 총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1.8% 줄었는데, 초단기 근로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 고용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고치(2월 기준)를 찍었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8.1%가 주 1~17시간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였다.

일주일 1~17시간이면 하루 일하는 시간이 3~4시간(주 5일제 기준)도 안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고용시장이 불경기지만 단기 아르바이트 성격의 일자리는 우후죽순 생겨났다. 대부분은 좋은 일자리와 거리가 멀다. 하루 서너 시간 근무만으로는 생계를 이어나갈 만한 돈을 벌기 힘들기 때문이다.

10년 전인 2011년 2월만 해도 주 1~17시간 취업자 수는 106만8000명으로 지금의 절반 정도였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한파가 극성이었던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에도 60만~70만 명 수준에 불과했다.

단시간 근로자 역대 최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단시간 근로자 역대 최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초단기 취업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건 2010년대 중후반 들어서다. 정부가 공공근로 사업을 일자리 만들기 정책으로 적극 쓰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실제 지난 2월 직업별로 단순 노무 종사자(전년 대비 15만7000명)가 가장 많이 늘었다. 전문 종사자(-13만 명), 서비스 종사자(-24만8000명), 판매 종사자(-19만6000명) 등은 일제히 감소한 것과는 대조된다.

업종별로도 제조업(-2만7000명), 도ㆍ소매업(-19만4000명), 숙박ㆍ음식점(-23만2000명) 등 일자리가 급감하는 사이 보건ㆍ사회서비스업(9만1000명), 공공ㆍ사회보장행정(3만8000명) 취업자만 눈에 띄게 증가했다.

보건ㆍ사회서비스와 공공행정으로 분류되는 단순 노무직.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양산하는 일자리의 민낯이 고용통계에 그대로 드러났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정부가 늘리고 있는 공공 일자리 대부분이 생산성이 낮아 실제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숫자상 고용률을 높이고 실업률을 낮추는 정도의 효과만 내는 게 현실”이라며 “실제 고용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의미 없는 일자리 비중이 크다”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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