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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도 “수당 더 줘라”…중국 통역관 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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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 외교부 통역실 통역관 장징. [웨이보 캡처]

중국 외교부 통역실 통역관 장징. [웨이보 캡처]

“이건 통역사에게 시험이다(It’s a test for the interpreter)”

미·중 회담 양제츠 통역 맡은 장징 #16분간 ‘격정’ 발언 침착하게 전달 #영상 뜨며 하루 4억6000만건 조회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앵커리지 캡틴 쿡 호텔의 미·중 고위 회담장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옆자리에 앉은 통역사 장징(張京)에게 한 말이다. 장장 16분의 ‘격정 발언’을 끝낸 뒤였다. 그러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통역사에 수당을 더 줘야겠다”며 조크로 거들었다. 미·중 대표의 설전으로 살벌했던 회담장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진 순간이었다.

이 장면을 편집한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 장징은 중국에서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올랐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앵커리지 대첩’의 스타로 장징 띄우기에 나섰다. 차이나데일리는 21일 2005년 외교학원 학생이던 장징이 2위를 한 21세기배영어웅변대회 영상을 올렸다.

중국부녀보 역시 “침착하고 프로페셔널한 중국 여성 통역사가 세계에 중국의 목소리를 전했다”며 회담 편집 영상을 올렸다.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도 이날 트위터에 “장징, 미·중 알래스카 회담 중국 측 통역관이 인터넷에서 센세이션을 다시 일으키고 있다”며 영문 트윗을 날렸다.

네티즌 반응도 뜨겁다. 웨이보의 인기 검색어 코너에 이날 오후 등장한 ‘미·중 대화 여성통역관 장징’은 하루 새 조회수 4억6000만을 기록했다.

눈망울이 커 중학교 시절 인도계 혼혈로 오해받았다는 장징은 항저우 외국어대와 외교학원을 졸업했다. 2007년 외교부 공채에서 수석 합격했다. 공식 석상에 나선 건 2013년 3월 양회에서 리커창 총리의 기자회견을 통역하면서다.

장징은 현재 중국 외교부 통역실 소속이다.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통역관의 평균 연령은 31세로, 그중 70%가 여성이다. 1998년 이후 총리 기자회견은 3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이 맡을 정도로 ‘여인 천하’다.

총리 기자회견의 통역은 보통 회견 한 달 전에 선정해 ‘지옥 훈련’에 들어간다. 3명이 한 조를 이뤄 한 명이 자료를 읽고 한 명은 이를 속기하며 나머지 한 명이 자료를 순차 통역하는 방식으로 훈련한다. 총리가 인용할 가능성이 높은 고전을 찾아 미리 자료도 준비한다.

외교부 통역실에는 ‘16자 비결’이 전해온다고 하는데 중국의 영원한 외교관으로 불리는 저우언라이 전 총리가 남긴 구절이다. “입장이 확고하고, 업무에 익숙하며, 정책을 파악하고, 기율을 엄수한다(站稳立場 熟悉業務 掌握政策 嚴守紀律, 참은입장 숙실업무 장악정책 엄수기율)”가 그것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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