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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대호 앞에서 추신수 첫 안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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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공식경기 첫 안타를 만들어낸 SSG 추신수의 스윙. [연합뉴스]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KBO리그 공식경기 첫 안타를 만들어낸 SSG 추신수의 스윙. [연합뉴스]

추신수(39·SSG 랜더스)는 부산 출신이다. 부산 수영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부산중, 부산고를 졸업했다. 2001년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부산에서만 살았다. 땀과 흙이 묻은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곳도, 아내 하원미 씨와 운명적으로 인연을 맺은 장소도 모두 부산이다.

고향 부산서 롯데 상대로 볼넷도 #초등학교 동창생 반가움의 포옹 #안타 치자 동료들 축하 기립박수 #이대호 타점 롯데가 10-3 완승

20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에 온 추신수는 22일 고향 부산에서 KBO리그 공식경기 첫 안타를 터트렸다. 롯데 자이언츠와 시범경기 두 번째 타석에서 사직구장 외야 한복판에 떨어지는 깨끗한 안타를 만들어냈다. 시범경기 여섯 타석 만에 나온 그의 첫 안타다.

사직구장은 추신수가 어린 시절 동경하던 야구장이다. 추신수는 경기 전부터 즐거워 보였다. 몸을 풀다 초등학교 동창 이대호(롯데 자이언츠)를 발견하자 크게 이름을 부르며 활짝 웃었다. 이대호 역시 성큼성큼 다가가 추신수를 얼싸안고 반가워했다. 수영초에서 함께 뛰던 과거로 잠시 돌아간 듯했다.

어린 시절 둘의 인연은 남다르다. 야구를 하려고 수영초로 전학한 추신수는 덩치가 무척 큰 같은 반 친구를 보고 “나랑 같이 야구 하자”고 제안했다. 얼떨결에 야구부로 따라갔다가 재능을 발견하게 된 그 친구가 이대호다. 그렇게 함께 야구에 발을 내디딘 둘은 각기 다른 중학교로 진학해 부산·경남 지역 최고의 라이벌로 성장했다.

시범경기에 앞서 롯데 이대호(오른쪽)와 인사하는 모습. [사진 엠스플뉴스]

시범경기에 앞서 롯데 이대호(오른쪽)와 인사하는 모습. [사진 엠스플뉴스]

다시 같은 유니폼을 입은 건 둘 다 태극마크를 달면서부터다. 부산고 추신수와 경남고 이대호는 2000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을 합작했다. 각자 프로가 된 뒤에는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함께 이끌었다. 그리고 바로 이날, 추신수는 SSG 2번 지명타자, 이대호는 롯데 4번 지명타자로 사직구장 전광판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대호는 “시간이 흘러 이렇게 한국에서 함께 야구를 하니 색다른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안타가 없었다. 첫 경기였던 21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3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다. 고향에서 맞이한 두 번째 실전은 달랐다. 2-2로 맞선 5회 무사 1루에서 롯데 투수 김건국의 2구째 직구(시속 138㎞)를 받아쳤다. 타구는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가 됐다.

SSG는 추신수의 안타로 이어간 무사 1·3루 기회에서 고명준의 병살타로 앞서가는 점수를 뽑았다. SSG 선수들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추신수를 기립박수와 환호로 맞이했다. 국내 무대 첫 안타를 기념하는 축하 인사였다.

추신수는 첫 볼넷과 첫 득점도 추가했다. 1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 처음 출루한 뒤, 최정의 2루타 때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제이미 로맥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최종 성적은 2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 1삼진. 그는 세 타석을 소화한 뒤 7회 대타 고종욱으로 교체됐다.

이대호도 침묵하지 않았다. 3회 1사 1·2루에서 적시타를 쳐 2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추신수가 뽑지 못한 타점을 이대호가 추가했다. 제 몫을 한 이대호는 1루에서 대주자로 교체돼 먼저 경기를 마무리했다. 롯데는 장단 16안타를 터트린 타선을 앞세워 10-3으로 완승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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