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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서 윤미향ㆍ박원순 비판받고 ‘北 인권’ 침묵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한미가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싼 엇박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문제를 대북정책의 중심에 두겠다는 입장인 반면 문재인 정부는 남북 간 갈등을 우려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아직 참여하지 않는 등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가 '북한 인권' 문제를 둘러싼 엇박자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문제를 대북정책의 중심에 두겠다는 입장인 반면 문재인 정부는 남북 간 갈등을 우려해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아직 참여하지 않는 등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인권 외교가 한국 정부로도 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인권 문제를 대북 정책의 주요한 한 축으로 삼고 있는 반면 한국 정부는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꺼려 한·미 간 ‘인권 엇박자’를 노출하고 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남은 임기 동안의 핵심 목표로 설정한 문재인 정부로선 북한 인권 상황을 적극 규탄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딜레마 상황에 직면했다.

바이든 '인권 행보', 한국은 '북한 눈치보기' #대북전단금지법·윤미향·박원순 사태 지적 #북한인권결의안 불참? '인권 외면국' 우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중국 등 인권 탄압 실태가 수면에 드러난 국가 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인권 중시 기조를 투영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 회의 직후 SBS와의 인터뷰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미국 외교 정책 중심에 다시 놓는 것은 선택적 기조(selective basis)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선택적 기조’를 반대한다는 메시지는 인권 문제가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의미로 동맹 관계인 한국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대북전단금지법과 윤미향·박원순 사태 지적 

지난해 12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무효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무효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실제 미 국무부의 ‘2020년 국가별 인권 보고서’에는 한국의 인권 문제가 유형별로 정리돼 있다. 특히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인권 침해 사례로 지난해 여당이 주도해 국회에서 처리한 대북전단금지법(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을 언급하며 “인권 활동가들과 야당 정치 지도자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미 의회 산하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대북전단금지법을 규탄하는 내용의 청문회를 준비중이다.

보고서는 또 한국의 부정부패를 또 하나의 인권 문제로 지목하며 조국 전 법무장관 사태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의기억연대 자금 유용과 관련한 내용을 거론했다. 성추행 부문에선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과 관련 “(한국에선) 지난해 성추행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고, 공직자들이 연루된 사건을 포함해 수많은 성추행 혐의가 언론에 보도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미 국무부의 인권보고서는 1977년 이후 전 유엔 회원국 및 대외원조 대상 190여개국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한 내용을 발간하는 보고서”라며 “언론과 전문가, NGO 등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집대성해 내부적으로 발간하는 형식으로 인권침해가 계속되는 국가에는 대외원조를 하지 않는 등의 제약을 가한다”고 말했다.

3년 연속 '북한 인권결의안' 불참하나 

한국은 2019년 이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오는 23일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결의안 역시 한국은 아직 이름을 올리지 않은 상태다. 사진은 2019년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처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 2019년 이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오는 23일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결의안 역시 한국은 아직 이름을 올리지 않은 상태다. 사진은 2019년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처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실태와 관련한 국내 사례 뿐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르면 23일(현지시간) 채택될 것으로 예상되는 유엔 북한 인권결의안에 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는지 여부도 민감 현안이 될 전망이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한 결의안 초안엔 43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는데, 한국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초안 단계부터 한국은 이미 결의안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비공식적 방침을 정한 상황”이라며 “임기를 1년여 앞두고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목표로 한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북한과의 불필요한 갈등의 소지를 만들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올해 북한 인권 결의안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2019년부터 3년 연속 북한 인권을 외면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반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사진 공동취재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반면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사진 공동취재단]

한국이 북한 인권과 관련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것과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 인권 상황을 이슈화하고 있다. 지난 18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 회의 기자회견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북한 인권에 침묵한 것과 달리 블링컨 장관은 “북한은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있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한국의 불참이 예상되는 북한 인권결의안 역시 바이든 행정부는 초안 단계부터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상태다. 미국은 2018년 6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유엔 인권이사회를 탈퇴하며 이후 인권 결의안 역시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에선 지난달 인권이사회 복귀를 선언한 데 이어 북한 인권 결의안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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