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벌떼입찰로 LH 로또 싹쓸이…업계 순위 껑충 뛴 5대 건설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흥토건과 중흥건설 등을 보유한 중흥그룹은 2018년 자산규모가 10조에 육박해 재계순위 3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중흥토건과 중흥건설 등을 보유한 중흥그룹은 2018년 자산규모가 10조에 육박해 재계순위 3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중앙포토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성한 신도시 등 공공택지 내 아파트용지를 '벌떼 입찰'방식으로 대거 차지한 5대 중견 건설사들의 건설업계 내 순위가 최근 6년 새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중흥토건 영업이익 5년새 950% 급증 #자산 9조원대에 재계순위 34위까지 #건설업계 순위도 82위에서 15위로 #제일건설 계열사 대여금 100배증가

이들이 한 필지당 평균 440억원의 수익을 올린 '수퍼 로또' 아파트 용지를 많게는 한 건설사가 10%가량 확보한 덕분인데, 이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고 호황을 누린 아파트 분양 경기를 타고 막대한 이익을 챙긴 것이다. 정부와 LH의 허술한 관리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들 중 일부 건설사는 최근 '몸집 줄이기'를 통해 대기업집단에 가해지는 규제를 피해가며 입찰 참여 조건을 유지하고 있다.

5대 중견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5대 중견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2일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이후 건설업계 순위(시공능력평가 순위)가 크게 오르고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아진 건설사는 호반건설·중흥토건·우미건설·반도건설·제일건설 등 5대 중견 건설사다.

중흥건설과 함께 '중흥S클래스'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하는 중흥토건의 경우 2014년 순위가 82위였으나 2020년에는 15위로 도약했고, 반도건설은 같은 기간 57위에서 14위로 성장했다. 제일풍경채 브랜드의 제일건설은 2014년 94위에서 2020년 31위로 뛰어올랐다.

이 회사들의 영업이익 등 실적도 괄목할만하게 늘었다. 중흥토건의 경우 2019년 1조 4730억원의 매출액에 268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4년 매출액(3882억원)과 비교할 때는 280%, 영업이익(255억원)은 952% 급증한 것이다.

2014년에 연결기준(계열사 포함) 매출액 3487억원에 영업이익 222억원을 올렸던 제일건설은 2019년 9710억원 매출액에 1342억원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4년과 2019년을 비교할 때 영업이익은 505% 늘었다.

주요 중견건설사 단기대여금 및 분양수익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주요 중견건설사 단기대여금 및 분양수익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회사들이 이렇게 초고속성장을 할 수 있었던 건 페이퍼컴퍼니(실체가 없는 서류상의 회사)나 협력회사를 동원한 '벌떼 입찰'로 단순 추첨제로 진행된 LH 아파트 용지의 당첨 확률을 높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이 확보한 '2008~2018년 LH 아파트 용지 입찰 참여 및 당첨업체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에 이들 5개 건설사가 가져간 아파트 용지는 전체 473필지 중 142필지로, 확보 비율이 30%다. 송 의원은 호반건설의 경우 한 개 필지 입찰에 29개의 관련 업체를 동원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공공택지 입찰을 위해서는 토지 대금의 10%를 준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벌떼 입찰을 하는 건설사는 입찰이 있을 때마다 계열사에 단기대여금 형태로 돈을 빌려준다. 제일건설의 경우 2013년 23억원에 불과했던 단기대여금이 2019년 2569억원으로 100배 이상 늘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실적이 있는 협력업체까지 벌떼 입찰에 동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중흥건설그룹 계열회사수 변화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중흥건설그룹 계열회사수 변화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부 업체는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덩치를 줄이고 있다. 중흥토건이 속한 중흥건설그룹은 2017년 62개까지 늘었던 계열사 수를 2019년 34개로 줄였다. 2018년 자산총액이 9조 5980억원(재계 순위 34위)으로까지 크게 늘자 계열사 정리를 통해 2020년 자산총액을 8조4200억원으로 줄인 것이다.

대기업집단의 총자산이 10조원을 넘게 되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포함된다. 이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소속 계열회사 상호 간 주식의 취득 및 소유가 금지되며,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여신을 일으킬 때 상호 간 채무 보증을 할 수 없게 된다.

계열사 간 내부 거래에 제한을 받게 되면서, 계열사를 동원한 공공택지 입찰이 어려워진다. 래미안,힐스테이트 등 인기브랜드 아파트를 가진 대형 건설사가 공공택지에서 아파트 용지를 확보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함종선·김원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