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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향 세대별로 차이…“노인보다 젊은층이 더 불행 느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운데, 젊은 층이 ‘코로나 블루’의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젊을수록 실업, 관계 단절에 더 영향받아 #일부 노인층선 가족과 비대면 소통 늘어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아산병원 제공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아산병원 제공

20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노인들은 (비교적) 행복했지만, 젊은 층은 비참해졌다”며 “(최근 3개월의 행복도 그래프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다른 형태”라고 전했다.

영국 통계청이 발표한 ‘영국 연령대별 행복도 조사’에 따르면 변화는 뚜렷했다. 2016년 10월부터 1년간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 연령 증가에 따른 행복도 변화는 완만한 ‘U자형’을 보였다. 이는 만 29세부터 점진적으로 수치가 줄다가 만 49세 이후로 꾸준히 상승하는 형태로 이코노미스트는 “영국뿐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에서도 나타나는 모양”이라고 밝혔다.

영국 연령대별 행복지수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영국 연령대별 행복지수 변화.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러나 지난 1~3월의 행복도 조사에선 젊은 층의 행복도가 급격히 떨어지며 수직으로 상승하는 모습으로 변했다. 10점 척도의 조사에서 코로나19 이전 7.5점 이상이었던 만 16~29세에선 1.5점 이상이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만 70세 이상에선 0.5점가량만 줄었다. 코로나19 이후 전 연령층의 행복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졌지만 노인보다 젊은 층이 더 큰 영향을 받았다는 뜻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노년층에서 더 높음에도 이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며 그 이유로 ▶일부 노인층에선 비대면 소통이지만 오히려 가족과의 소통이 늘었고 ▶(백신 접종을 먼저 받는 등) 사회적 관심을 더 받았으며 ▶이로 인해 자신이 더 건강하다고 느낀다는 점을 꼽았다. 행복경제학자인 존 헬리웰 브리티시 콜롬비아대 명예교수는 “건강 상태에는 큰 차이가 없음에도 60세 이상 인구의 다수는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건강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만 29세 이하 연령층에서 행복도가 더 떨어진 건 실업과 사회적 관계 단절의 영향을 많이 받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젊은 여성들이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이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응대 등의 업무 영역에서 주로 일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전문연구소(IFS) 샤오웨이 수는 “사람들과 많이 만나던 계층이 더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데 여성과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은 친구들을 가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런 계층별 차이가 한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와 영국의 사례가 같을 거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다”며 “한국의 노인은 다른 나라에 비해 행복도가 낮은 계층인 만큼 빠른 예방접종으로 복지 체계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한국의 경우는 연령대별 행복도가 U자형이 아닌 노년으로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온다”며 “노인 빈곤율 등 사회 안전망이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엔 산하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20일 발표한 ‘2021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행복지수가 5.793점으로 50위를 기록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는 4년 연속 핀란드(7.889점)가 꼽혔다. 코로나19 최다 확진국인 미국(7.028점)은 14위를 기록했다. 동아시아 국가 중에선 대만(6.751점)이 19위로 순위가 가장 높았다. 일본(6.118점)은 40위, 중국(5.771점)은 52위, 홍콩(5.295점)은 66위다.

SDSN은 2012년부터 매년 국내총생산(GDP), 기대수명, 사회적 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 6개 항목을 토대로 행복지수를 산출해 나라별 순위를 매겨 왔다. 통상 3년 치 자료를 합산해 행복지수를 발표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순위 변동도 함께 발표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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