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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글로브 여왕도 뿔났다…확성기 든 샌드라 오 "혐오범죄 스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아시아계 여성 6명이 숨진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미 전역에서 인종 혐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유명인사들이 잇따라 항의와 연대 뜻을 밝혔다.

확성기 든 골든 글로브 여왕, 샌드라 오

20일(현지시간)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인종혐오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는 모습. [미국 CBS 캡쳐]

20일(현지시간)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인종혐오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는 모습. [미국 CBS 캡쳐]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와 ‘킬링 이브’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한국계 캐나다인 배우 샌드라 오(50)는 직접 거리로 나와 확성기를 들었다. 미국 방송국 CBS와 정치 전문매체 더 힐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샌드라 오는 미 피츠버그 지역에서 열린 한 아시아 혐오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넷플릭스 작품 촬영을 위해 펜실베이니아주에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샌드라 오는 확성기를 들고 “피츠버그의 여러분과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이 매우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시위 참가자에 대한 감사 인사로 입을 뗐다. 이어 “우리(아시안계)가 두려움과 분노의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라며 “이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많은 사람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나는 아시안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나는 이곳에 속해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대를 이끌었다.

샌드라 오는 지난 2019년 드라마 '킬링 이브'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계 배우가 여우조연상에 이어 여우주연상까지 탄 건 처음이다. AP=연합뉴스

샌드라 오는 지난 2019년 드라마 '킬링 이브'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아시아계 배우가 여우조연상에 이어 여우주연상까지 탄 건 처음이다. AP=연합뉴스

1971년 캐나다 오타와에서 한국계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샌드라 오의 한국 이름은 오미주다. 한국 이름까지 알려질 정도로 명성을 얻은 건 미국 대표적인 의학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 출연하면서다. 드라마 속에서 그는 한국계 실력파 외과 의사인 크리스티나 양으로 활약했다. 이 작품으로 2005년 골든 글로브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계 배우로서 더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건 그로부터 10여 년 뒤다. 지난 2019년 그는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사회자로 나선 데다, 드라마 ‘킬링 이브’로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당시 그는 소감을 말하며 한국어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지난해 샌드라 오는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는 한글 문구와 무궁화, 건곤감리가 수놓인 점퍼를 입고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 등장했다. [샌드라 오 스타일리스트 엘리자베스 숄츠먼 인스타그램 캡처·연합뉴스]

지난해 샌드라 오는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는 한글 문구와 무궁화, 건곤감리가 수놓인 점퍼를 입고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 등장했다. [샌드라 오 스타일리스트 엘리자베스 숄츠먼 인스타그램 캡처·연합뉴스]

그는 평소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지난해 추석엔,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한인들에게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라고 트위터에 올린 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그해 에미상 시상식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란 글귀와 무궁화, 태극기의 건곤감리(乾坤坎離)가 수 놓인 재킷을 입고 나와 화제가 됐다.

“내 여동생도 혐오 범죄 겪어” 고백한 대니얼 대 킴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다니엘 대 킴이 19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자신의 여동생도 2015년 인종차별적 범죄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CNN 캡쳐]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다니엘 대 킴이 19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자신의 여동생도 2015년 인종차별적 범죄를 겪었다고 고백했다. [CNN 캡쳐]

미국 드라마 ‘로스트’로 국내 시청자에게도 친숙한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킴(53)은 가족이 겪은 비극을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17일(현지시간) CNN의 유명 앵커 크리스 쿠오모가 진행하는 ‘쿠오모 프라임 타임’ 프로그램에 출연해 여동생이 겪은 사건에 대해 털어놨다.

대니얼 대 킴은 “지난 2015년 집 근처에서 조깅하던 여동생이 차에 치였다”며 “운전자가 처음엔 여동생에게 인도로 가라고 소리쳤고, 여동생이 인도로 갔지만 이후 차로 쳤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이 “날 친 거냐”며 항의하자, 다시 한번 차를 동생 쪽으로 몰았다는 것이다.

그는 “가해자는 다른 아시아 여성을 폭행한 전력이 있었다”며 “하지만 경찰은 증오 범죄가 아니라고 보고 난폭 운전 혐의만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애틀랜타 사건에 대해서도 “인종차별과 관련성이 없다는 말에 회의적”이란 입장을 밝혔다.

‘미나리’ 스티븐 연도 SNS로 동참  

배우 스티븐 연이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을 위한 정신건강지원센터' 홈페이지 주소를 공유했다. [판씨네마, 트위터 캡쳐]

배우 스티븐 연이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을 위한 정신건강지원센터' 홈페이지 주소를 공유했다. [판씨네마, 트위터 캡쳐]

아시아계 미국인으로 처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한국계 배우 스티븐 연(38)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을 위한 정신건강지원센터’ 홈페이지 주소를 공유했다. 인종 차별이나 혐오 범죄로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상담을 지원하는 곳이다.

영화 '어벤져스2'에 출연한 배우 수현이 인스타그램에 아시안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해시태그와 함께 글을 게재했다. [문화창고, 수현 인스타그램 캡쳐]

영화 '어벤져스2'에 출연한 배우 수현이 인스타그램에 아시안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해시태그와 함께 글을 게재했다. [문화창고, 수현 인스타그램 캡쳐]

해외 무대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한국인 배우들도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벤저스2’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등으로 할리우드에서 유명한 배우 수현은 자신의 SNS에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춰달라는 ‘#StopAsianHate’ 해시태그 게시물을 게재했다.

한국계 최초 연방 검사장 출신 변호사, 유족 변호 맡아

한국계 최초 미국 연방 검사장을 지낸 박병진 변호사.AP=연합뉴스

한국계 최초 미국 연방 검사장을 지낸 박병진 변호사.AP=연합뉴스

외신에 따르면 숨진 한인 4명 중 한 명의 유족이 한국계 박병진(47) 변호사를 선임했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숨진 유모씨의 유족들은 박 변호사를 통해 “지지와 격려를 해준 이들에게 감사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변호사는 한국계로는 최초로 미국 연방 검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지난 1월 조지아주 북부지부 연방검사장 자리에서 돌연 사임했는데,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부정 선거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백악관이 압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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