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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조 버리고 올림픽 택했다…해외관중 포기, 日스가의 도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정부가 오는 7~8월로 예정된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해외 관중을 받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회 취소'라는 최악의 카드를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16조 원에 달하는 경제 손실이 예상되는 데다, 올림픽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할 경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오고 있다.

日 정부, 올림픽에 해외 관중 안받기로 #일본 내 관중 수용 규모는 4월 중 결정 #코로나 감염 확산, 변이 유입 우려 여전 #5개국 70%, "올림픽 취소나 연기해야"

19일 일본 도쿄의 올림픽박물관에서 시민들이 오륜마크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 일본 도쿄의 올림픽박물관에서 시민들이 오륜마크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정부와 도쿄도,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는 20일 저녁 화상 회의를 통해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해외 관중을 받지 않는다는 방침을 확정했다.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조직위원회 회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정말 유감"이라면서 "모든 참가자와 일본 국민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기 위한 결단"이라고 밝혔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결정이 해외 관중 포기를 미룰 경우, 자칫 올림픽 개최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초 일본 정부는 이번 올림픽에 약 1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입국시킬 방침이었다. 그러나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과 변이 바이러스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올림픽을 취소, 연기해야한다는 요구도 거세졌다.

해외 관객은 수용하지 않기로 했지만 일본 내 관객 수 제한 여부는 4월 말까지로 결정을 미뤘다. '관객 수 제한 없음, 50%로 제한, 무관중'의 세 가지 안이 모두 논의되고 있으며, 현재로써는 50% 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나날이 불어나는 손실

이번 결정에 따라 이미 해외에 판매된 티켓 63만장은 환불 조치할 예정이다. 티켓 환불 비용 외에도 패키지로 판매된 항공권이나 숙박요금 등을 포함하면 손실액은 크게 불어날 전망이다.

20일 저녁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대회 조직위 회장(왼쪽)과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일본 정부 올림픽담당상,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화면 속) 등이 회의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0일 저녁 하시모토 세이코(橋本聖子) 대회 조직위 회장(왼쪽)과 마루카와 다마요(丸川珠代) 일본 정부 올림픽담당상,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화면 속) 등이 회의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21일 마이니치신문과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야모토 가쓰히로(宮本勝浩) 간사이(關西)대 명예교수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해외 관중을 받지 않고 일본 국내 관중을 50%로 제한했을 때 경제적 손실은 약 1조 6258억엔(약 16조 8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야모토 교수는 "방일 외국인의 경제적 공헌의 크기를 재인식하게 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단 16조원은 간접적인 손실을 모두 합한 것으로, 직접적인 피해는 이보다 적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요미우리 신문은 해외 관중 포기로 인해 일본 경제에 2000억엔(약 2조76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올림픽 집단감염' 일어나면 스가 정권 위기

경제적 손실이 늘면서 올림픽 개최를 통한 경기 부양을 정권의 실적으로 삼으려던 스가 총리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아사히 신문은 "완전한 형태의 (올림픽) 개최라는 일본 정부의 목표는 이미 좌절됐다"고 전했다.

더 중요한 과제는 올림픽으로 인한 코로나19 재확산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다. 해외 관중을 받지 않는다 해도 올림픽 개최를 위해서는 참가 선수 1만 5000여명을 포함해 관계자·취재진 등 최소 수만 명이 일본에 입국해야만 한다. 이들 사이에 집단 감염이 발생하거나 변이 바이러스가 퍼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럴 경우 무리하게 올림픽을 밀어붙인 스가 정권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지난 주 마이니치 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9%가 올림픽을 연기하거나 취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본 신문통신조사회가 20일 한국·미국·중국·프랑스·태국 등 5개국 각 1000명씩을 조사한 데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0%가 "도쿄올림픽을 중지, 혹은 연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태국의 경우 95.6%가, 한국은 94.7%가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하는 데 부정적이었다.

일본 정부는 21일부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긴급사태를 전면 해제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일본 전역에서 하루 15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25일에는 후쿠시마(福島)에서 올림픽 성화 봉송 릴레이가 시작된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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