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유행 vs 1700조 성장···요즘 난리난 메타버스 미래는

중앙일보

입력 2021.03.21 06:00

업데이트 2021.03.21 18:16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혼합현실 플랫폼 '메쉬'에서 협업하는 모습.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혼합현실 플랫폼 '메쉬'에서 협업하는 모습.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LG전자는 닌텐도의 스위치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활용한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마케팅을 시작한다고 21일 밝혔다. 동물의 숲은 가상 캐릭터가 마을을 꾸미고, 이웃과 교류하는 커뮤니케이션 게임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중 많은 사람에게 마음의 휴식을 제공했다”고 평가하며, 지난해 ‘세계 100대 발명품’으도 꼽기도 했다. LG전자는 동물의 숲에 ‘올레드 섬’을 만들고, 게이머들에게 스포츠와 영화·게임 컨셉트로 꾸며진 올레드 TV의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미국인 이든 가브론스키(20)는 지난달 4만9000달러(약 5500만원)를 벌었다. 자신이 만든 액션게임 ‘배드 비즈니스’에서 옷·무기 같은 아이템을 팔아 얻은 수익이다. 가브론스키는 가상세계 플랫폼 ‘로블록스’가 무료로 제공하는 개발도구(툴)를 이용해 쉽게 게임을 만들었다. 유튜버가 동영상을 올린 뒤 유튜브와 광고 수익을 나누는 것처럼, 로블록스도 개발자에게 가상화폐인 ‘로벅스’를 준다.

가상과 현실이 섞인 ‘메타버스’(metaverse)에 글로벌 기업들이 속속 ‘승차’하고 있다. 단순한 승객을 넘어 누가 운전대를 잡느냐의 싸움이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3D) 가상세계’를 가리키는 말이다.

1992년 미국 작가 닐 스티븐슨의 SF 소설 ‘스노크래시’에 처음 등장했다. 최근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확장현실(XR)·5세대(5G) 통신 같은 신기술이 접목해 시장을 키우고 있다.

로블록스 홈페이지 캡처

로블록스 홈페이지 캡처

먼저 금융시장이 들썩였다. 메타버스의 대표주자로 꼽혀왔던 로블록스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19일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388억 달러(약 43조8600억원)로, ‘심즈’ ‘배틀필드’ 게임으로 유명한 일렉트로닉아츠(369억 달러)를 제쳤다.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인 제페토에는 뭉칫돈이 몰렸다. 빅히트가 120억원, JYP가 50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출시 3년도 안 돼 누적 이용자가 2억여 명, 이용자의 80%가 10대라는 사실에서 ‘미래 가능성’에 투자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도 확 커지고 있다. 동물의 숲에는 불과 1년여 만에 전 세계에서 3000만여 명이 가입했다. LG전자가 “올레드 팬덤을 만들겠다”며 가전업계 최초로 동물의 숲에 ‘입주’한 이유다. 미국의 Z세대(2000년 이후 태어난 젊은 층)의 55%가 로블록스를 즐긴다. 소비자와도 가까워지고 있다. VR·AR 등 ‘몰입기기’의 가격이 내려간 게 대표적이다. VR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의 경우 성능이 향상됐음에도 299달러(약 33만원)에 팔리고 있다.

눈 앞에 다가온 메타버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눈 앞에 다가온 메타버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복합 기술을 활용해 사회·경제적 파급력을 키울 것이라고 예측한다.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인 PwC는 메타버스의 기술적 근간을 형성하는 XR 시장이 2025년 약 537조원에서 2030년 약 1700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엔비디아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옴니버스’는 실제와 같은 가상세계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3차원(3D) 애니메이션이나 자율주행차 등을 만드는 작업자들이 현실에서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가상의 사무실에 접속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최근 혼합현실(MR) 플랫폼 ‘메쉬’(Mesh)를 선보였다. MS의 MR 헤드셋 장치인 ‘홀로렌즈2’를 착용하고 메쉬에 접속하면 ‘디지털 아바타’의 모습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동료와 한 자리에서 만나 대화를 할 수 있다.

메타버스의 수익모델 진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메타버스의 수익모델 진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메타버스의 수익모델은 게임 아이템 판매에서 마케팅 솔루션 제공, 이커머스·콘서트 개최 등 점점 현실세계와 연계하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지능데이터연구팀장은 “최근의 메타버스는 인공지능(AI)·XR·5G 등 신기술과 시너지를 내면서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있다”며 “조만간 교육이나 의료 분야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호기심이나 흥밋거리에 그칠 수 있다고 비관론도 있다. 코로나19로 반사이익을 얻었을 뿐 ‘대세’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미 2003년 미국의 린든랩은 ‘세컨드 라이프’라는 3D 가상세계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실패했다. 국내에는 1998년 등장했던 사이버 가수 ‘아담’이 있다. 당시 앨범 판매량 20만여 장, 광고수익으로 5억여 원을 벌었으나 반짝인기에 그쳤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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