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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만으론 어렵네"…일본차 점유율 1% 밑으로 추락 [주말車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닛산은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연합뉴스

일본 차의 한국 시장 점유율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닛산은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연합뉴스

일본 차의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의 하락세가 올들어서는 더 가속화하고 있다. 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1~2월 렉서스·도요타·혼다 3개 브랜드의 국내 시장 판매량은 234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607대)보다 약 10%가 줄었다. 특히 일본차의 역주행은 역대 최대 판매차를 갈아치우고 있는 독일이나 유럽차와 대비되고 있다.

일본차와 달리 독일 럭셔리 브랜드 3사(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는 올들어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또 폭스바겐·볼보·쉐보레·포르쉐·크라이슬러 등도 판매 대수가 모두 늘었다. KAIDA의 집계에 따르면 일본차는 2008년 2만1912대가 팔려 수입차 시장에서 35.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올해 일본차의 수입차 점유율은 5% 남짓으로 떨어졌다. 국내 전체 차시장(25만521대)에서 일본차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일본차의 부진은 2019년 일본 정부의 한국 수출규제 이후 벌어진 국내 소비자의 '불매운동'에서 촉발됐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보다 일본 차의 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더 큰 이유로 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신차를 내놓아도 기존 모델과 차별화하는 '리프레쉬(Refresh) 효과'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특히 미래 모빌리티로 대변되는 전기차 신차가 없는 등 혁신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전 '기술의 닛산'이라고 불리던 닛산이 프랑스 브랜드 르노에 팔린 게 상징적인 사례"라며 "혼다는 400만대에서 성장이 멈춰 있고, 미쓰비시와 마쯔다·스즈키 등 중소업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수입차 중 일본차 비중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수입자동차협회]

수입차 중 일본차 비중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수입자동차협회]

일본 차는 하이브리드 차로 시장 회복을 노리고 있다. 렉서스코리아는 이달 '뉴 LS'를 선보이며,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으로 신차를 출시했다. 하이브리드 모델 LS 500h가 주력이다. 뉴 LS는 연비가 9.6㎞/L로 권장소비자가격은 1억4750만~1억6750만원이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일본차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선도 달라졌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시장에선 일본이 독주했지만 최근엔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판매가 최근 12개월 연속 증가했다. 올해도 2만1517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9313대)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또 수입 차 중에서도 렉서스·도요타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볼보의 하이브리드가 더 많이 팔렸다.

자동차 업계는 일본차의 가격 정책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표한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폭스바겐이 가격을 낮춰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상황에서 렉서스 등이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미래 차 경쟁에서 일본 차는 '하이브리드 온리(유일)'로 가고 있는데, 전기차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오면서 상대적으로 하이브리드는 시들해졌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5년, 10년 후 중고차 가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일본 기업의 특성인 '스텔스 이노베이션(보이지 않은 혁신)'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도요타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 수소 전기차 미라이2를 선보인다. 도요타는 또 파나소닉과 손잡고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전고체를 탑재한 전기차는 현재 500㎞ 안팎인 주행거리를 두 배 가까이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도요타의 수소 전기차 미라이2. 사진 도요타

도요타의 수소 전기차 미라이2. 사진 도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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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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