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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국내 점유율 1%, 노재팬 아닌 노혁신 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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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일본 차의 점유율이 1%로 내려앉았다. 국내에서 팔린 신차 100대 중 일본 차는 한 대꼴이란 뜻이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으로 일본 차의 매력이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작년 5개 브랜드 2만500대 팔려 #“국산차 품질 좋아져 변별력 없어” #일본 여행 줄며 친숙도도 떨어져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가 지난달 한국 시장에서 신규 등록대수 1대라는 수모를 겪었다. 인피니티의 대표 세단 Q50은 한때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톱5에 드는 인기 차종이었다. [사진 인피니티]

닛산의 고급차 브랜드 인피니티가 지난달 한국 시장에서 신규 등록대수 1대라는 수모를 겪었다. 인피니티의 대표 세단 Q50은 한때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톱5에 드는 인기 차종이었다. [사진 인피니티]

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일본 차 브랜드 다섯 개(렉서스·도요타·혼다·닛산·인피니티)의 판매량은 2만500여 대였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의 7.5%, 국내 전체 신차 판매의 1.1%를 차지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발생했던 2019년(3만6661대)보다도 줄었다.

수입차 판매 중 일본 브랜드의 비중이 10% 밑으로 내려간 건 수입차협회가 판매 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이후 처음이다. 일본 차는 2008년 수입차 판매의 35.5%를 차지하기도 했다.

2020년형 도요타 프리우스 AWD

2020년형 도요타 프리우스 AWD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네시스 등 국산 차 품질이 좋아지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렉서스를 살 이유가 없어졌다”며 “(일본 차는) 디자인도 ‘갈라파고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와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차가 자국 소비자만 공감하는 디자인을 채택한다는 의미다.

수입차 중 일본차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수입차 중 일본차 비중.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국 소비자에게 차는 단순한 소비재 이상”이라며 “일본 차는 실용성으로 인정받았는데 최근 유럽 차 가격이 내려가자 일본 차가 경쟁력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의 매출은 회복세다.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유니클로를 소유한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6000억원 이상이었다. 김인호 비즈니스인사이트 부회장은 “10여 년 전 일본 젊은이들은 ‘더는 차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완성차 업체도 혁신·개발 노력을 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차는) 최근 전기·수소차 경쟁에서도 테슬라·현대차에 밀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차 판매와 방일 한국인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일본차 판매와 방일 한국인 규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소비자의 ‘일본 친숙도’가 떨어진 게 일본 차 판매 부진에 영향을 줬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시장에서 일본 차가 가장 많이 팔린 2018년에는 방일 여행객(753만 명)도 역대 최다였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방일 여행객이 50만 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된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한·일 간 교류가 멀어지며 환경적 요인이 제품 수요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국과 일본의 교류가 늘면 일본 차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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