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세]는 '해시태그로 보는 세계'의 줄임말로,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해시태그를 키워드로 글로벌 이슈를 전하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HUGS
"오 세상에. 귀염둥이, 어서 오렴"
[해보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할머니를 알아본 세 살짜리 손주 트랙스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할머니의 품에 쏙 안깁니다. 할머니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듯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며 연신 "보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이를 바라보는 엄마도 흐뭇한 웃음을 짓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거의 1년여 만에 맘 놓고 손주를 안아보는 할머니의 모습. 페이스북에 영상을 올린 트랙스의 엄마 캘시 차발라는 “이것이 백신을 맞는 이유”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지난달 28일 클라우디아 펠릭스라는 사용자가 틱톡에 올린 포옹 영상은 4만 5000여개의 공감을 받았습니다. 백신 접종을 마친 그는 부모님을 찾아가 부둥켜안습니다. 그 역시 1년 만의 포옹이라며 감격해 합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전혀 다른 포옹 장면들이 화제가 됐었죠. 비닐 가림막을 사이에 둔 안타까운 포옹, 일명 '코로나 허그'(#COVIDHUG)였습니다.
하지만 백신 접종률이 20% 넘긴 미국에선 이제 수식어가 붙지 않은 ‘포옹'(#HUG) 이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습니다.
가까운 이들과의 포옹이 백신 접종으로 되찾은 '일상의 상징'이 된 것입니다.
#VACCINATE
'포옹 열풍'의 물꼬를 튼 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 8일 내놓은 새로운 거리두기 지침입니다. 백신을 맞은 가족끼리는 실내에서도 마스크 없이 모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죠.
이 지침에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할머니, 할아버지들 떠올린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 코로나19 이후 특히 가까이 가기 어려웠을 테니 말입니다.
애리조나주에 사는 사라 마리도 트위터에 할머니와 나눈 포옹 영상을 공유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를 안을 수 있게 꼭 백신을 맞자”고 접종을 독려합니다.
#IsItOverYET
오랜만에 맞은 행복한 순간이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포옹과 함께 ‘아직 끝나지 않았다(#IsItOverYET)’는 해시태그를 함께 붙인 게시물들이 눈에 띕니다.
지난 9일 트위터에 할머니와 손녀의 포옹 장면을 올렸던 제시카 쇼는 “우리는 아직 마라톤의 중간 지점에 있다. 이 장면이 우리가 조금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연료가 되길 바란다”는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이민정·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