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암참·코트라까지 나서자…서울시 ‘외노자 전수검사 권고‘로 선회

중앙일보

입력 2021.03.19 18:16

서울시가 지난 17일 내린 ‘외국인 근로자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권고'로 바꿨다. 서울시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해당 조치의 철회를 요청한 것을 직접적인 이유로 꼽았지만, 그간 “근무·주거 환경이 아닌 국적에 따라 진단검사를 강제한 건 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19일에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암참)→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정부 고위관계자로 국내에 진출한 해외기업의 항의가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명령→권고” 선회…200만원 벌금·구상권 청구 없어져

송은철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관이 지난해 11월 17일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발생현황 및 주요 대책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송은철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방역관이 지난해 11월 17일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발생현황 및 주요 대책현황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시스]

19일 서울시는 “중대본에서 외국인 노동자 진단검사 명령에 대한 철회를 요청함에 따라 지난 17일 진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검사 권고'로 변경한다”며 “3밀(밀접·밀집·밀폐) 근무환경에 있는 고위험 사업장 외국인 노동자 및 동일 사업장에 고용된 내국인은 31일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행정명령을 불이행할 시 주어지는 벌금, 구상권 청구 등 제재는 없어지게 됐다. 서울시는 당초 전수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고, 확진자까지 나올 경우 방역비용에 대한 구상권이 청구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암참→코트라→정부고위 관계자 항의 전달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무역협회ㆍ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미국시장진출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해 11월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한국무역협회ㆍ주한미국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미국시장진출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가 입장을 바꾼 표면적인 이유는 중대본의 요청이지만 그간 각계에서 쏟아진 ‘차별 논란’도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18일엔 암참이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항의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하는 한편, 코트라 외국인투자 옴부즈만실에도 고충을 접수했다. 암참 관계자는 “서울시 행정명령 첫날부터 회원사의 항의 전화가 쏟아져 이를 취합해 전달한 것”이라고 전했다.

암참은 한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비영리법인 기관이다. 모건스탠리, 씨티은행,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회원으로 있다.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암참이 보낸 서한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처한 근무 환경, 거주 기간 등을 합리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감염병에 취약한지 여부는 근로자의 근무·주거 환경 등이지 국적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외국인 근로자가 진단검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서울대도 성명…“국적보다 외노자 환경 개선”

지난 15일 부산시는 부산 동래구 온천2 재개발지역에서 외국인 고용 건설현장 이동 임시선별검사소를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외국인 건설노동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15일 부산시는 부산 동래구 온천2 재개발지역에서 외국인 고용 건설현장 이동 임시선별검사소를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외국인 건설노동자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송봉근 기자.

코트라 옴부즈만실은 암참 측의 고충을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직접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투자 옴부즈만은 국내 외국기업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고충 처리 기구로 김성진 전 조달청장이 책임을 맡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이날 서울시 발표가 있긴 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옴부즈만이 정부 고위 당국자에 투자업계 의견을 전달한 상태”라며 “이를 반영한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서울대도 서울시 조치에 대한 성명을 냈다. 인권위는 최영애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외국인들이 서울시 행정명령에 대해 ‘혐오와 인종차별처럼 느껴진다’며 진정을 제기했다”며 “이에 인권위는 신속하게 차별과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감염병 발병의 근본 원인은 밀집·밀접·밀폐로 감염에 취약한 노동조건과 열악한 주거환경”이라며 “외국인만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건 중대한 차별”이라고 발표했다. 또 “이번 조치는 정부가 비준한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인종차별철폐협약) 위반”이라며 “감염에 취약한 사업장과 주거환경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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