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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소방대원 혈전…"백신 맞고 이상증상, 심각히 조사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20대 남성에게서 접종 후 혈전증이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Z 백신 접종 이후 사망한 것으로 신고된 60대 요양병원 환자의 다리에서 혈전 소견이 확인된 데 이어 국내에서 발생한 두 번째 사례다. 혈전증을 이상 반응으로 정식 신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병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병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18일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날까지 집계된 접종 후 이상 반응 9405건 가운데 20대 남성이 혈전으로 신고한 사례가 1건 추가됐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인 119구급대원이었다. 우선접종 대상자에 해당해 지난 10일 접종 기관에서 AZ 백신을 맞았다. 접종 당일부터 다음날까지 두통과 오한 증상이 있었고, 이후에도 해당 증상이 지속했다고 한다. 14일에는 구토 증상까지 동반해 15일 병원을 찾아 진료 후 퇴원했고, 16일 다시 진료하던 중 혈액검사와 영상의학검사(MRI)에서 뇌 병변이 확인됐다. 뇌 병변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당국에 따르면 이 환자에게선 혈전증 소견이 나왔다. 기저질환이 있었는지 조사 중이지만, 지금까지는 지병이 확인되지 않았다. 박영준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이상반응조사지원팀장은 “환자는 안정을 취하면서 입원치료 중”이라며 “같은 기관에서 같은 백신을 접종한 사람 중 유사한 이상 증상자는 없다”고 말했다.

혈전은 혈관 안에서 피가 굳어 생기는 덩어리를 말한다. 혈전증은 혈관 안에 생긴 핏덩어리가 혈관을 막아 혈액을 흐르지 못하게 했을 때를 말한다. 김중곤 예방접종피해조사반장은 17일 브리핑에서 “혈관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덩어리로 있다가 떨어져 나가 폐나 심장, 뇌 같은 치명적인 기관에 가서 혈관을 막는 것”이라며 “심장사나 폐 괴사, 뇌졸중 등이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혈전은 “백신에 의해 생기는 아주 특수한 상황의 질환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얼마든 생길 수 있다”고도 했다. 인구 10만명당 100명 수준으로 생길 수 있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10일 대전 유성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은 대상자들이 이상반응을 체크하기 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0일 대전 유성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은 대상자들이 이상반응을 체크하기 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달 26일 AZ 백신을 접종받은 후 호흡곤란 등 증상을 보인 후 8일 만인 6일 사망한 60대 요양병원 환자에게서도 부검 과정에서 육안 소견상 혈전이 확인된 바 있다. 다만 당국은 이 환자의 사인을 흡인성 폐렴과 급성 심근경색으로 추정했으며, 혈전 발생과 백신 접종 간의 연관성은 낮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백신이 혈전을 야기했을 가능성은 작다고 보면서도 20대 청년의 혈전증은 드문 경우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20대 뇌졸중 환자는 2307명이다.

박준범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기저질환이 없었고, 충분히 활동하고 있었다면 혈전이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저질환을 확인하는 게 먼저고, 혈전이 잘 생기는 질환이 있는지 가족력을 따져봐야 한다”며 “스테로이드 등의 약을 복용한 이력이 영향을 줄 수 있고, 최근 다리 수술을 했다면 일시적으로 활동이 줄면서 혈액이 저류(모여 쌓이는 현상)돼 혈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병원 신경과 전문의는 “외부 충격으로 혈관 박리(혈관 벽이 찢어짐)가 있을 수 있다. 머리를 부딪치거나 목을 심하게 꺾거나 구토를 해 뇌압이 올라가면 혈관이 미세하게 찢어져 뇌졸중을 일으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뇌혈관에 혈전이 생겨 동맥이 막혔고 뇌경색 등으로 확인된 거로 보인다”며 “당뇨병이나 흡연 등의 위험인자로 뇌혈관에 동맥경화가 있다가 백신을 맞으면서 전신 염증 반응이 지속하며 혈전을 만들었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10일 대전 유성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접종 대상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0일 대전 유성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접종 대상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신중히 접종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접종 이후로 이상 증상이 이어지다 혈전증 소견까지 나온 만큼 철저히 조사해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두통과 오한이 있다가 뇌 병변이 발생했다. 접종 이후 시간상으로 연결된다”라며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다고 하면 굉장히 드문 일로, 심각하게 받아들여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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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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