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신임' 극단 처방 배경] 지지율 급속 추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이 또 한 번 '올인'을 시도했다. 이번에는 하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유의 정면 승부수라 해도 위험천만하다. 일각에선 '도박'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이런 배수진을 친 데는 바닥으로 추락한 낮은 지지율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일부 여론조사의 경우 적극적인 지지층은 한자릿수로 집계되기도 했다.

盧대통령은 최도술 전 비서관 수뢰 혐의뿐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여러 가지 불신'에 대해서도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이런 지지율로는 국정 운영에 한계가 있는 만큼 대통령직을 내놓는 상황을 감수하고라도 재신임을 통해 새로운 동력을 얻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스스로 최악의 환경이라고 토로한 언론.국회.지역 민심 문제에 대한 일괄타개책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는 것 같다.

盧대통령이 재신임 시점을 '총선 전후'로 제시한 점도 주목된다. 재신임 문제가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분열된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 재신임 장벽만 뚫게되면 盧대통령과 동반으로 지지율이 추락해 있는 통합신당에도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물론 재신임으로 인한 국정공백, 혼란상이 부각되면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검찰이 崔전비서관을 거쳐 청와대로 수사망을 좁혀오자 극약처방을 한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은 盧대통령과 崔전비서관의 직접적 관련성을 극구 부인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盧대통령은 결벽주의자"라며 "崔전비서관 문제로 도덕적 정당성에 상처가 나는 상황을 못견뎠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선 후보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힘들어할 때도 '나 같으면 안 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고 했다.

강민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